[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적지 않다.
보건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을 비롯해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아 불필요한 공포심을 키운 것, 그리고 병을 옮기는 병원의 구조적 원인 등 누적된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독 맹위를 떨친 메르스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단단히 취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초동대처의 미숙함은 뼈아프다. 메르스와 같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감염병의 경우 초기의 신속한 대응 여부가 관건인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자성론의 출발점이다. 세월호에서 보여준 초동대처 미숙함이 메르스 사태에 똑같이 재현되면서 국민들은 ‘안전 코리아’ 자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관한한 특히 지난달 20일 1번 확진판결을 받은 환자의 밀접 접촉자 반영을 지나치게 좁게 잡았으며, 느슨하게 접촉자를 관리한 것이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방역당국이 첫번째 환자 발생 후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하기까지 9일간 발생한 환자는 1번 환자 외에 6명 뿐이었다. 하지만 재조사 후 평택성모병원 감염자로 확인된 환자는 30명이나 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병원을 거친 상태였다.
초기 방역망이 느슨했다는 비판이 보건당국에 쏟아지는 이유다.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방역망에 걸러지지 않아 중국 출장까지 간 사례가 대표적이며,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진 환자가 병원과 다중시설을 돌아다닌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발 없는 SNS가 천리간다’는 말이 있듯이 ‘메르스 괴담’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됐다. 보건 당국이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이에 부정확한 정보는 급속도로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주의보 수준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 경계 수준의 공포감을 불러온 데는 보건당국의 정보 공급자 중심의 태도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어떤 환자가 어떤 병원에 갔더라’식의 ‘카더라 통신’은 넘쳐났고,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긴급재난 1호 상황이라고 실시간으로 뉴스가 뜨고 있다”는 식의 유언비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통팔달’의 시대에 정부의 정보 독점은 각종 루머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불필요한 사회 비용을 유발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병원 다인실에 입원한 환자가 주요 메르스 전염의 경로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격리 경험자가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확산된 데에는 여러 환자가 한 병실에서 치료받는 환경과 도떼기 시장과 같은 병문안 문화가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다인실 입원의 경우 메르스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는데, 이같은 구조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병원 수익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한국적 특유의 병문안 문화는 이참에 재고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외국은 병문안의 경우 제한된 시간에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효(孝)문화를 중시하는 우리 정서상, 너무 경직된 병문안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소한 감염지대로 병원이 추락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병원 관계자들 역시 입을 모은다. 감염에 불감증이 걸린 병원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태를 버리는 ‘온고지신’ 역시 메르스가 준 교훈이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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