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상대측 행사에 교차 참석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서울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개최하는 리셉션에, 아베 총리는 도쿄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개최하는 리셉션에 각각 참석, 던지는 메시지에 따라 향후 양국관계의 진전 여부에 잣대가 될 전망이다.
2013년초와 2012년말에 각각 취임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일 간 과거사 갈등으로 다자회의 등에서 잠깐 조우한 것을 재외하고는 한번도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다자회의에서 만난 두 정상의분위기도 썰렁했다. 때문에 양국 정상이 상대 측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로 한 것 자체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았던 2005년 1월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서울과 도쿄에서 개막식이 열렸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교차로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의 시마네현 편입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그해 6월에는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양국 정상의 메시지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악순환이었던 한일관계로 선순환으로 돌려놓기 위해 가급적 휘발성이 강한 과거사 문제는 언급을 자제하고, 미래지향적인 양국의 역할과 관계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연인데 서로 입장이 난처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정부는 이번 교차 참석을 계기로 정상회담까지 동력을 이어나간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서 사실상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고 밝혀, 관련 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측 주장을 일본 측이 사실상 수용했음을 시사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입장차이를 좁힌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현재 협상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흥수 주일대사도 20일 보도된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면서 “어느정도 정상 간에 이 문제에 대한 양해가 있는 가운데 개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양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디테일에서 항상 어긋나 번번히 판이 깨진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는 “과거사와 국민감정이 서로 얽혀 있는 양국관계는 국내외 정치, 외교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면서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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