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기까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건소와 지구대·파출소 직원 등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맡은 자리에서 이들이 쏟은 헌신이 있었기에 메르스 극복을 앞당길 수 있었다.
서울 은평보건소 이병두(59) 감염병관리팀장. 그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한 5월 말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관할구역 내 상황을 총괄하고 있다.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격무의 연속이다. 매일 가택 격리자와 능동 감시자 현황을 파악해 관할 자치구, 경찰,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는 것도 이 팀장의 주된 임무다.
이 팀장은 “우리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환자도 지킬 수 없는 만큼 직원들도 쉬는 시간만큼은 충분히 쉬게 하고 나 스스로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맡은 일인 이상 힘든 상황은 감내한다고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보건소 소속 안향섭(44·여) 주무관. 그는 지난 5월 말 구로구에 꾸려진 메르스 비상방역대책본부로 파견됐다. 매일 오후 11시까지 자가격리반, 홍보반, 역학조사반 등 관련 부서 업무를 조율하면서 빗발치는 민원인 전화에 응대해야 했다.
결국 이달 11일 오전 보건소 내 강당 대책본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2시간 만에 의식을 되찾은 안씨는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메르스 극복에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라면 파출소 경찰관을 꼽는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격리 조치를 거부하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되면 뒷수습을 하는 일이 이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이 관할인 일원파출소 소속경찰관 31명은 남모를 고생을 해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외견상 메르스 환자와 무관해 보여도 방호복을 착용한 채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자가격리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메르스 의심환자 등이 연락이 끊기거나 무단이탈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메르스 감염 공포와 주변의 불안한 시선에 갇혀 지내는 자택 격리자들을 따뜻하게 품은 이웃들도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2가 1동에서는 주민자치위원 20여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택 격리자들에게 사과, 토마토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전달했다.
이들은 구청에서 자택 격리자에게 지급한 음식 대부분이라면, 즉석밥 등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소식을 듣고 장을 보러 나오지 못하는 자택 격리자들의 건강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지원하기로 한 것.
주민자치위원 허병렬(62)씨는 “자택 격리자들이 본인 건강을 염려하고 있겠지만 답답한 환경에서도 사회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을 챙겨야겠다는 데 마음이 모였다”고 말했다.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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