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그리스가 당초 예상과 달리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요구안을 반대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빙으로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압도적인 표차로 긴축요구안이 부결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돈’의 흐름은 당분간 미 달러화나 일본 엔화,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흐를 수 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9월께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동안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국내 시장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도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변동성 예상외로 클 수 있다=한국은행은 6일 이와 관련 긴급 통화정책대책반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외환ㆍ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채권단 구제금융안에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로 결정된 만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가 혼돈 상태에 빠져들 경우 금융당국이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유로존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과 주변국을 포함한 신흥 금융시장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뿐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오는 9월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인상이 상황 변화에 따라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지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맞물려 시장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한국으로선 호재는 아니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애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그리스 사태와 중국 주식시장 급락, 푸에리토리코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의 변수들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익스포저는 12억달러 수준…감내 가능하다=다만 이번 채권단의 긴축요구안 부결이 국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의 채권을 들고 있거나 그리스 은행에 돈을 빌려준 프랑스, 독일 은행들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빼갈 우려는 있지만,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에 노출된 국내 금융사의 자금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그리스 외화 익스포저(Exposure) 잔액은 11억8000만달러(한화 1조3284억원)로 전체 익스포저의 1.3%에 그친다. 익스포저는 외화대출금과 유가증권, 지급보증을 합친 금액으로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하락이나 디폴트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을 의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려대로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국내 금융사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손실이나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달러ㆍ엔(円)ㆍ금(金)ㆍ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불가피=이번 국민투표 부결로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팽배해질 전망이다. 6일 당장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자금 중심으로 이탈 현상이 뚜렷하고,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엔화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금값이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글로벌 금융자금이 안전자산으로 흐르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35억 유로의 만기인 이달 20일까지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유로화의 안정성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선다”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역시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그리스 국민의 협상안 반대 결정은 채권시장의 강세 재료”라며 “전 세계 채권 금리는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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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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