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그리스 국가위기는 우리와 다른 듯하지만 닮은 점이 적지 않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주장이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무분별한 국채 발행 등 방만한 재정운용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치의 선심성 복지 남발, 청년 실업 등 세대 간 갈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공짜 복지를 남발했다. 더구나 2008년 경제위기 당시 국가 재정적자의 절반을 연금이 차지할 정도였다. 그 결과 1980년대 초 30%가 채 안됐던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177%까지 커졌다.

국가와 국민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일을 하기 보다 국가가 주는 복지, 연금에 의존하다보니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재정지출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악순환이 표본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다 복지,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지출 급증이 연금 고갈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부담은 미래 세대의 몫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와 흡사하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복지지출 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지난해 10.4%에서 2030년 16.8%로 급증한다. 2040년에는 20.9%, 2050년 25.6%, 2060년 27.8%로 치솟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말 530조5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49조원 늘어난 580조원에 육박하고,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5.7%에서 37.5%로 커질 전망이다. 그리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긴하나 재정건전성 악화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업이거나 저임금의 젊은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주요한 대목이다. 그리스 사태 핵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래가 없는 젊은이들, ‘앵그리영’들이 그리스 긴축 재정 국민투표에 반대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나이질 것도 없다는 비관론 때문이다. 그리스 청년 실업률은 49.7%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10%대이지만 증가폭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정년연장 상황에서 연공서열식 임금인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경영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윗세대의 복지와 연금에 대한 부담을 젊은층이 떠안게 되면서 세대 갈 갈등마저 노골화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5.7%로 낮은 반면 관광, 해운업 등 서비스업 비중은 90%에 육박하는 그리스의 기형적 산업구조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리스는 제조업,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 없이 관광업 의존도가 커 경제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을 가져왔고, 이는 곧 생산성이 허약한 구조인 그리스 경제에 치명타가 됐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크긴 하지만 식당, 숙박 등 단순 서비스업종과 자영업자 비중도 포화상태다.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소비부진으로 국가경제가 휘청이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이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경제 역시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에 대비하려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령화에 복지과다로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그리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공공, 연금 등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공기업 부채도 심각하게 점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