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광복 70주년의 의미가 무색하다. 남북은 여전히 한 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 중이다.
23일 유엔(UN)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을 두고도 남한은 ‘서울 설치 간섭 마라’, 북한은 ‘인권문제 간섭 마라’며 입씨름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남북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한 관계를 정상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대내외 긴장을 높이고 있고, 우리 정부도 ‘대북압박’ 수위를 낮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를 놓치면 사실상 남북 관계 진전의 돌파구를 찾을 순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후퇴는 없다, 서로 돌진하는 남북=오는 25일은 6ㆍ25 전쟁이 발발한지 65주년을 맞게 된다. 반복되는 상호불신과 반목은 남북한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임을 확인시켜준다.
북한은 최근 정부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간의 대화와 협상을 언급하면서도 남한 정부가 수용 할 수 없는 전제조건을 들고 나와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우리 정부는 바로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히면서 제안을 던진 북한을 멋쩍게 만들었다.
7년 만의 개최로 관심을 모았던 6ㆍ15 공동행사는 행사 장소와 성격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불발됐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논의 제안도 거부하고 8ㆍ15 공동행사 무산까지 시사한 상태다.
그 동안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응수하는 게 남북한의 대결방식이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를 공개하며 도발하자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관 속에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2B’를 시험 발사했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신뢰 구축 시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남북은 서로 ‘막말’을 주고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 매체들은 박 대통령을 ‘암덩어리’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우리 정부 부처의 한 대변인은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했다.
▶남북관계 전망은=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간 북한은 국제 사회가 인권 문제를 공론화 하는 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여는 유엔(UN)북한인권사무소는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다음달 3일 개막하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한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지난달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북인권사무소가 설치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징벌하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같은 이유로 몇 차례 더 교류를 거부할 지는 미지수다.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 접촉을 활성화하겠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정부는 5ㆍ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애초부터 이 제안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아예 빗장을 걸어 잠글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이 관계 개선을 위한 자체 동력을 잃은 상태”라며 “돌발 요인이나 제3자의 중재가 없으면 관계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최근 북한은 불법 입북한 우리 국민 2명을 ‘인도적 조치’에 따라 남한으로 송환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조기 송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도 동해 상에서 표류한 북한 선박을 돌려보내며 인도적 조치의 릴레이를 이어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이 원칙적인 입장만 강조하는 시점에서 개선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경색국면에 대해 쌍방이 부담을 느껴 함께 전환을 모색하는 시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가적으로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현재로서는 남북한의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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