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가 사랑한 이탈리아의 에르메스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브랜드...가방 어디에도 로고 없어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부호들의 옷차림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명품이되,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국인 프랑스 명품의 애호가로 알려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에르메스나 샤넬, 루이비통을 즐겨 입지만 로고가 눈에 띄는 가방이나 벨트를 매치한 적은 없다. 그가 국제행사장에서 들어올려 화제가 됐던 루이비통백은 L과 V로 이뤄진 로고가 없는 ‘락킷’이었다. 국내 부호들도 마찬가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나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샤넬 로고가 박힌 핸드백을 들고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진 않는다.
실제 이서현 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브랜드는 콜롬보나 아제딘 알라이아 같은 로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명품 브랜드다.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발렉스트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가방 어디에도 로고를 찾아볼 수 없어 아는 사람만 아는 이 브랜드는 국내에 소개된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발렉스트라는 1937년 지오바니 폰타나에 의해 시작됐다. 이탈리아어로 수트 케이스를 뜻하는 ‘valigia’와 ‘extra’가 합쳐져 브랜드 이름이 됐다. 악어와 하마, 코끼리 가죽으로 여행가방과 핸드백, 각종 가죽 악세서리를 만들던 이 브랜드는 그레이스 켈리와 재클린 오나시스 등 유명인사에게 사랑을 받으며 유명해진다.
오직 가죽만 고집하는 ‘가죽 하우스’로 정체성도 뚜렷하다.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고야드 등 타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그 어느 곳에도 로고가 없을 뿐 아니라 가죽 아닌 캔버스 소재의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또 100% 수공예 브랜드로, 가방 가장자리에 세번의 덧입힘을 하는 코스타라거 파이핑 작업은 발렉스트라만의 까탈스러운 제작 과정을 잘 나타낸다. 특히 브랜드 탄생부터 함께 한 비스포크(맞춤제작) 서비스는 아직도 전 세계 매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아주 작은 요구사항까지 제작에 반영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소재와 색, 마감처리를 세세하게 할 수 있으며 원하면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
국내에는 2009년 10월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하면서 첫 소개됐다. 이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한 이서현 사장을 비롯해 재계 여성 부호들이 발렉스트라의 클러치나 백을 든 모습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가장 대표적인 가방은 ‘이시스’로 수백만원대지만,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 널리 알려진 명품을 꺼리는 부호들에게 인기다.
최근에는 재벌가 사생활을 다룬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사모님’으로 열연한 유호정 씨가 극 중 이 브랜드의 트리에날레를 들고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남성 라인도 인기다. 국내에선 차승원, 장동건 등 패셔니스타 배우들이 발렉스트라를 든 모습이 포착됐고, 해외에서도 데이비드 베컴 등이 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달 ‘왜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이 어려움을 겪는가?’란 보도에서,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고객들이 로고가 없는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까르띠에, 반 클리프 앤 아펠 등 20여개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리슈몽 그룹의 요한 루퍼트 회장도 올해 ‘럭셔리 서밋’에서 “부호들이 부를 드러내길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의 불평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명품 소비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고 없이, 품질로 승부하는 발렉스트라의 77년 고집이 앞으로도 통할지 주목된다.
yjsung@heraldcorp.com
럭셔리톡⑧-세계에서 가장 비싼 명품백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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