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9년 만에 현대제철 등기이사을 내려놓는다. 2009년 기아차 이후 두번째주력계열사 등기임원 하차다. 정 회장 퇴임 이후 기아차 이사회는 정 부회장이 사실상 직접 책임졌다. 현대제철 이사회에서도 정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올해부터 아버지보다 많은 계열사의 등기임원 명함을 갖게 된다.
현대제철은 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 대신 재경본부장인 강학서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철사업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보고 자동차 부문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에 대한 정 회장의 애정은 남다르다. 정 회장은 지난 해 9월 3고로를 완성하고 최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냉연부문까지 인수합병하면서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의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을 실현했다. 이 때문에 2세로서의 임무를 완수한 정 회장이 이제는 3세인 정 부회장에서 철강부문의 지휘봉을 넘겨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현대제철 품질과 경영기획을 담당하며 등기임원에 선임,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본인이 1998년 인수한 기아차의 경영정상화 분기점인 2009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난다. 대신 2002년부터 기아차 경영에 참여했던 정 부회장만 등기임원 직을 계속 유지한다. 2009년 기아차는 K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다. 이어 2010년에는 영업이익이 2조원을 돌파하고, 2013년에는 3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4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 부회장이 이사회를 이끈 5년간 기아차가 벌어들인 이익은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 이후 10년간의 이익보다도 많다.
사업부문 정비를 끝낸 현대제철은 올 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성과를 내야한다. 기아차에서 능력을 입증한 정 부회장으로서는 철강부문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
한편 2013년 말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 등 6개사 등기임원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파워텍의 등기임원이다. 정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빠지면 정 부회장이 등재된 회사가 더 많아진다. 그룹 경영에서 정 부회장의 무게가 그만큼 더 커지는 셈이다.
현대제철의 1대 주주는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기아차(21.29%)다. 또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해야 할 현대모비스도 기아차(16.88%)와 현대제철(5.66%)이 각각 1대, 3대 주주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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