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거부권·구속적부심 등 피의자 권리는 넘치는데… 수사현장 무관심속 보복범죄 등은 5배나 급증

#지난달 대법원은 중학생 A양의 집 앞까지 따라가 성희롱을 자행한 30대 남성 윤모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A양이 법정에 직접 나와 경찰에서 했던 진술을 확인하는 ‘구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3월 경남 창원에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가해자 B씨가 앙심을 품고 피해자 C씨를 찾아가 보복을 시도했다. 알고보니 피해자 정보가 경찰에서 새나갔다.

범죄 피해를 당하면, 외상과 정신적 충격,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다 경제적 곤란까지 4중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년간 제도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피의자ㆍ피고인 인권에 비해 피해자 권리 보호 및 구제 장치와 실행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감되는 범인이 카메라를 거칠게 막고 있다. [헤럴드사진DB
범죄 피해를 당하면, 외상과 정신적 충격,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다 경제적 곤란까지 4중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년간 제도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피의자ㆍ피고인 인권에 비해 피해자 권리 보호 및 구제 장치와 실행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감되는 범인이 카메라를 거칠게 막고 있다. [헤럴드사진DB

범죄피해자를 보호ㆍ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정비되고 있다. 하지만 진술거부권, 국선변호인의 조력,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에 대한 검사의 고지 의무, 피고인 법정 항변 장치 강화, 보석, 구속적부심, 구속기간 제한, 포승줄 해제 등 피의자ㆍ피고인이 갖는 권리에 비해, 피해자가 피해를 거리낌 없이 알리고 보복을 피할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자 인권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5년간, 범죄자 수용 편의와 교화, 인권보호 등에 들어간 연평균 예산은 피해자 보호기금의 50배인 3조원 가량이다.

A양과 C씨의 사례처럼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무관심, 제도적 허점,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한 2차ㆍ3차 피해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두 번 우는’ 피해자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서마다 범죄피해자들의 초기상담을 전담하는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배치되고, 피해자심리전문요원(CARE)의 상담제도가 도입되고 ‘범죄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고지 의무제도’ 시행이 석달째를 맞았지만, 피해자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6년 75건이던 보복범죄 수는 2013년 396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에도 196건이 발생했다. 특히 보복범죄 중 70%는 수사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영장 범죄사실을 그대로 사본으로 첨부해 피의자에게 통지하는 기존 관행이나, 범죄피해자의 신상정보 중요성에 대한 사법당국의 무관심이 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광주지방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이름ㆍ주소ㆍ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한 판결문을 가해자에게 송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수사현장 피해자 무관심= 수사현장의 열악한 환경도 범죄피해자를 상처받게 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전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이 수사부서 직원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6%가 범죄피해자와 관련 ‘무관심’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적은 인력으로 범인을 잡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피해자들의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20.4%는 ‘위압적ㆍ불친절 태도’를 지적했고 ‘의사소통 기술부족’(9.7%), ‘편파수사’(7.1%) 등이 뒤를 이었다.

석달전부터 시행키로 한 ‘범죄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고지 의무제도’는 가해자에게 행하는 ‘미란다 원칙’과 대응하는 개념인데, 아직 일선 실무에서는 급박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즉시 고시하지 못하고 뒤늦게 알려주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처벌-회복-개과천선 3요소 충족시켜야”= 전문가들은 피해자 인권보호의 핵심 축은 ▷범죄자의 처벌 ▷원상회복이나 피해배상 ▷범죄자의 개과천선 후 사회복귀 등 세 가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증인 심문 등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피해자의 법정 참관 및 진술권 강화, ▷수사기록에 대한 전면적인 열람과 등사권, ▷현재 성폭력 사건에 국한돼 있는 피해자 전문 국선변호인 확대, ▷검사 재량에 맡겨져 있는 공소제기 과정에서의 피해자측 의견 반영 확대, ▷가해자에 의한 보복행위 차단과 경제곤란 극복, 심리치료를 위한 관련 기관의 공조 확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류경희 경찰교육원 담임교수는 “범죄 피해를 당한 직후 겪게 되는 신체적ㆍ정신적ㆍ경제적 피해들이 적절하게 복구되지 않는다면 피해로 인한 분노와 절망감 등 부정적 감정들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효과적인 제도 활성화를 위해 ▷피해자 전담부서 기능 강화 ▷전담경찰관 전문성 확보 ▷관련 법령ㆍ예산 확보 ▷피해자 지원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양대근ㆍ강승연ㆍ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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