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김현일 기자]두 번의 사업 실패로 졸지에 ‘백수’가 된 32살 청년은 파산에 피소까지 겹치면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가 다시 사업가로 재기할 거라 내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은 택시 대신 개인 차량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을 개발해 다시 한 번 사업에 도전했다.
2010년 ‘우버(Uber)’는 그렇게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청년이 절망의 끝에서 떠올린 단순한 아이디어는 5년 만에 412억달러(한화 약 46조원) 규모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전 세계 비상장기업 99곳(월스트리트저널 자료) 중 ‘샤오미(小米)’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29조9600억원(6월 30일 기준)이란 점에서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 38살이 된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도 우버를 성공시키며 ‘백수에서 슈퍼리치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작년에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처음 진입한 그는 현재 53억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손에 쥐고 있다.
우버는 남의 차를 잠깐 함께 쓰고자 하는 소비자(승객)와 원하는 시간대에 내 차를 남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판매자(기사)를 연결해주며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일종의 중개업을 앱에서 구현한 셈이다. 현행 제도보다 앞서나가는 혁신성 때문에 불법 논란에 휘말리고 있지만 그것이 우버의 확산을 막진 못했다. 오히려 우버는 공유경제의 붐을 일으키며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실제로 우버의 성공을 눈으로 확인한 사업가들이 ‘제 2의 우버’를 표방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며 차량공유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99곳 중 5곳이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다. 국적도 미국과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으로 다양하다. 더 놀라운 건 그 기업들 뒤에 서있는 이들의 면면이다.
중국 택시 앱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는 ‘콰이디다처(快的打车)’와 ‘디디다처(滴滴打車)’는 대륙 최고의 부호들을 주인으로 두고 있다. 각각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이 최대주주다. 두 사람은 이들 앱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며 택시 시장에서 지분을 늘려왔다. 마윈 회장의 자산은 228억달러(약 25조4300억원), 마화텅 회장은 191억달러(약 21조3000억원)로 각각 중국 내 부호순위 2위와 4위에 올라 있다.
중국 시장을 양분하던 두 회사는 ‘우버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지난 4월 전략적으로 합병을 택하며 ‘디디콰이디(滴滴快的)’로 새로 태어났다. 덩달아 기업가치도 88억달러(약 9조810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운영은 각각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눈을 동남아 쪽으로 돌리면 또 한 명의 ‘의외의 부호’가 차량공유 업계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남아의 우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도의 ‘올라 캡스(Ola Cabs)’와 싱가포르의 ‘그랩 택시(Grabtaxi)’는 공교롭게도 주인이 같다. 바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2월 올라 캡스에 2억1000만달러(약 2300억원), 그랩택시에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며 이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손정의 회장은 자산이 137억 달러(약 15조2700억원)로 일본 내 두 번째 부호다.
손 회장의 전폭적인 투자는 두 회사의 몸값도 올려놨다. 올라 캡스와 그랩택시의 기업가치는 각각 25억달러(약 2조7900억원),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에 달한다. 그랩택시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주변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버가 처음 불씨를 지피고 이처럼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부호들까지 차량공유 사업에 투자를 늘려가면서 공유경제 시장 전반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BMW(드라이브나우)와 포드(이지카 클럽), GM(오펠 카유니티) 등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들마저 차량공유 서비스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도 더 이상 공유경제라는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해준다.
공유의 문화는 ‘탈 것’을 넘어 ‘먹고 자고 입는 것’으로까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각종 배달앱은 물론 요리사, 베이비시터, 청소부를 집으로 보내주는 홈서비스부터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숙박공유서비스 그리고 헤어디자이너, 안마사를 부르는 뷰티서비스까지 우버와 똑 닮은 서비스들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우버화(Uberfication)’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버는 이제 공유경제 그 자체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더욱 놀라운 건 지금과 같은 공유경제의 붐이 시작된 지 채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버 라이프’ 시대의 서막이 이제 막 열렸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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