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복병에 예기치 않게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던 금통위가 이번엔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치를 놓고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 특히 메르스에 이어 이번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추경예산을 포함해 22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계산해야 한다.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치 하나에 여러가지 방정식이 들어가야 한다는 애기다.
▶“2%냐 3%냐의 싸움이다”=시장에선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사실엔 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대부분은 4월 경제전망에 비해 성장경로상 하방위험이 높아졌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메르스 사태의 영향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지난 4월 경제전망에 비해 성장경로상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증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부서도 “최근 국내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의 영향으로 회복속도가 완만하다”며 “이러한 최근 여건변화를 감안하면 GDP 성장률의 경우 4월 전망경로에 비해 하방리스크가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6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이 생각보다 부진한 면이 있고 회복세를 이끌었던 소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현재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면 4월 전망치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한은이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선으로까지 낮추는 냐에 있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3.9%에서 3.4%로 낮춘 데 이어, 지난 4월 이를 다시 3.1%로 하향조정 한 바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그 폭을 얼마로 하냐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2%대 하향조정이 불가피한데…추경 때문에=실제 지난 6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메르스 사태의 영향을 함께 고려할 경우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관련 부서의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련부서에선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조정폭을 단정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6월중 수출 추이, 메르스 사태의 여파 등을 면밀히 점검해 7월 수정전망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이달 금통위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출 부진 등 각종 경기지표만 보면 3%대 경제성장률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세계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부진 등을 이유로 들며 당초 3.4%에서 2.7%로 0.7%포인트 낮췄으며, 한국금융연구원도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로 올해 성장률이 2.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산업생산이 지난 3월(-0.5%)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4월(-0.4%)과 5월(-0.6%) 연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 특히 메르스 여파가 반영되는 6월 생산지표는 더욱 나빠질 수 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3%대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추경이라는 변수가 또 있다. 추경을 포함해 22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경제성장률 3%대 방어’를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추경의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대 하향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에선 추경을 한다고는 하지만 메르스 사태의 골이 생각보다 깊고, 그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추경이 단행되더라도 3%선 방어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이번 정부의 추경이 단기적으로 메르스 여파로 인한 성장 위축을 방어하고 3/4분기 경기 반등 효과도 가능하지만 지속성을 갖고 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추경으로 정부가 전망한 올해 성장 전망치 3.1%를 달성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추경을 통한 3%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한은이 당장 나서서 찬물을 끼얹기엔 부담스럽다는 점이 관건이라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놓은 상황인 만큼 추경과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선 시계로 맞춰놓을 가능성도 크다는 주장이다.
한편,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한은이 지난 6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50% 낮춘 만큼 이번엔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이후 기준금리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추경 이후 효과와 통화정책여력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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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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