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진두지휘하는 김광헌(53) 선장은 현직으로는 유일하게 남극과 북극을 모두 오간 경험을 갖고 있다. 김 선장은 30여년간 항해 경력 속에서도 아라온호를 타고 항해한 추억들만큼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에서 처음 기항했을 때 맑은 하늘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오로라를 본 순간, 남극에서 해저생물들을 직접 채취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추억에 잠겼다.

김 선장이 아라온호와 맨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작년 7월이었다. 그는 당시 북극으로 첫 출항에 나서 약 2개월간 연구 작업을 수행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다시 10월에는 남극으로 출항해 약 5개월간 연구를 진행하고,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에 보급ㆍ수송작업을 수행했다. 출항할 때마다 그를 따르는 선원은 29명, 승선하는 연구원만 56명이었다.

김 선장은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30년간 바다와 동고동락한 베테랑 마도로스다. 그는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선 등 안 타본 선박이 없고, 남극과 북극을 빼고 오대양 육대주를 다 가봤다”며 “아라온호 덕분에 남극과 북극까지 모두 둘러본 선장이 됐다”고 말했다.

바다 경험이 풍부한 그였지만, 아라온호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수한 훈련과정을 거쳐야 했다. 본격적인 항해에 나서기 전부터 오직 훈련을 받기위해 전 세계를 떠돌기도 했다. 김 선장은 “필리핀에서 다이내믹 포지션 선박교육을 받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아이스 내비게이션 교육을 받았다”며 “북극과 남극에서도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에서 한달간 실습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는 “얼음이 녹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를 위해 남극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빙원이 조류에 떠밀려와 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아찔한 순간을 회상했다. 김 선장은 당시 기지를 발휘했다. 배의 한쪽으로 평형수를 몰아넣고, 또다시 반대편으로 평형수를 보내면서 배를 좌우로 움직여 얼음을 밀어냈던 것이다.

김 선장은 “일반적인 선박으로 일반적인 항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라온호 선장은 순간적인 판단을 더 잘해야 한다”며 “예상되는 난관을 피해가기 위해 기상과 지리 등도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4일 또 한 번의 북극 항해를 앞두고 있다. 동해 근방에서 약 보름간의 연구활동을 한 뒤 30일께 미국 알래스카에 위치한 놈(Nome)으로 입항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이 아라온호에 승선하면 북극으로 이동해 약 2달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새로운 모험을 앞둔 김 선장은 “앞으로도 1년에 한번씩은 북극과 남극을 다녀올 것”이라며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아라온호에 승선해 우리나라 극지 개발과 연구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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