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연차 한참 지났는데…돌아오는건 ‘애엄마’ 냉대뿐 한국 유리천장 지수 25점…OECD 국가중 꼴찌에 기업 여성임원 평균 1.08명꼴…진정한 평등은 언제쯤…
#. 중소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A 씨는 6년째 ‘사원’이다. 회사의 규모가 작아 결혼과 출산을 한 유일한 여직원인 만큼 “승진을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자위해왔다. 그러나 의욕도, 자존감도 하루가 머다하고 바닥을 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규에 정해진 진급 연차는 한참 지났다. 수능으로 치자면 ‘4수’를 한 셈이다. A 씨는 “연차가 차면 자동으로 승진을 하는 남자 직원들과 달리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애 엄마’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대리 진급 대상이던 워킹맘 B 씨도 최근 승진에서 미끄러졌다. 사장이 “대리 진급 대상자인 여직원들은 다 누락시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사장이 여직원의 대리 승진은 남직원의 과장 승진과 마찬가지라고 했다”면서 “출산휴가도 다 못 채우고 일하면서 남직원들이랑 똑같이 야근도 하는데 남직원과 차이가 뭐냐”며 분통 터뜨렸다.
매년 7월 첫째 주, 여성발전기본법을 근거로 정부가 정한 ‘여성주간’이 20회를 맞았다. 올해부터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됨에 따라 ‘여성주간’도 ‘양성평등주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아직도 견고하다.
고위직을 위한 승진 뿐 아니라 모든 단계에서 유리천장을 느끼고 있다는 게 적잖은 여성들의 주장이다.
육아 문제와 더불어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이 여성들을 회사 밖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이 올초 여성 관리자 12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위직급 승진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38.1%가 ‘그저 그렇다’고 전망했다.
‘어두운 편’, ‘매우 어두운 편’이라는 응답도 각각 21.5%, 7.4%로 나타난 반면, ‘밝은 편’, ‘매우 밝은 편’이란 응답은 29.8%, 3.2%로 낮은 편이었다.
상위 직급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도 ‘5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8.7%로 가장 많았다. ‘1년 이내’는 5.8%로 가장 낮아. ‘승진이 더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도 17.1%였다.
직장여성들의 승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원인은 지난 3월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남녀 임금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수치로 낸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3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꼴찌다. 1위인 핀란드(80점)과의 점수 차도 무려 2배(54.4점)가 넘는다.
지난해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94개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도 11.2%인 78개사에 불과했다. 여성 임원은 총 85명으로 기업당 평균 1.08명이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여성 리더는 ‘소수’다.
전문가들은 여성 리더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로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을 꼽고 있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육아 문제 등으로 중도 포기하는 여성들이 적잖아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수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다수의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나는 비주류’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하며, 다시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선입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를 만든다.
안 교수는 “회사에 여성 임원의 수가 늘어나면 회사 수익 구조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여성임원 할당제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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