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자 사별 후 외로움 달래지만 자식 눈치에 동거 계약서까지 등장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70대 할아버지 A씨는 동갑내기 여자친구 손을 잡고 최근 변호사 사무실 찾았다. A씨는 수년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문화센터에서 역시 남편과 사별한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다. 둘은 서로 외로움을 달래주다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 몰래 같이 살기로 했다. 그러나 재혼이 아닌 동거를 선택했다. 유산 문제로 나중에 서로의 자식들이 싸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몇가지 짚어두고 싶은 것이 있어 동거 계약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계약서는 주로 재산과 관련 있었다. ‘동거기간 생활비 부담 비율’과 ‘동거가 끝날 경우 재산은 본래 재산대로 나누고 동거 할 때 늘어난 재산은 5:5로 나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거 사실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고, 만약 알리면 상대방에게 배상한다’ 는 내용도 있었다.
고령화 사회가 되고 배우자와 사별후 장기간 홀로 사는 노년 비율이 늘면서 ‘황혼 로맨스’ 노년동거도 증가세다. 이에 노년층을 중심으로 동거 계약서까지 등장했지만 법적 효력은 미지수다.
13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시 60세 이상 1인 가구수는 59만 9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31.9%에 달한다. 2010년에 비해 13만 가구가 늘었다. 2020년에는 117만 6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 중 47.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홀로 사는 노년층이 늘면서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경우도 같이 늘었다. 그러나 자식 눈치에 혼인신고는 못하고 동거만 한다. 동거로 인한 사실혼 관계가 될 경우에 대비해 동거 계약서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하기도 한다.
가사 전문 곽성환 변호사는 “최근 1~2년 사이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무실을 찾아 동거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문의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위자료나 재산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실제로 연세가 드신 후 만나 같이 사시다가 할아버지께서 편찮아지시니 할머니 쪽에서 자녀들에게 동거 사실을 알리고 재산을 분할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며 “이에 맞서 할아버지 쪽 자녀들이 소송을 냈는데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아직까지 노년층의 동거 계약서가 법적으로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혼인 관계를 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민사 보통의 계약으로 봐 민법 103조에 따라 계약서 내용이 상식이나 사회 질서, 미풍양속에 어긋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가사 전문법관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동거 계약서가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판례가 없다”며 “동거 계약이 헤어진 후에도 효력이 발생하는지 판결도, 법률 규정도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노년 동거와 재산 문제는 더 불거질 것인데 법적 효력에 관해 명확하게 말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효력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혼 커플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법적으로 참고 사항은 될 테니 안 쓰는 것보다는 좋다는 심정으로 다들 쓰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