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호프집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으니 돈을 받지 않으면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10대들과 사장 A씨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외관상 성인으로 보이는 데다 손님이 많은 시간에 들어와 일부러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협박에 응하지 않던 A씨는 결국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결과는 10대들의 승. A씨의 가게는 두 달여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협박을 한 아이들은 훈방조치되고, 우리 가게만 영업정지를 당했다”며 “꼼꼼하게 검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작정하고 속이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작 술을 마시고 싶어 협박까지 한 아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법이 맞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최근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 ‘미성년자 무전취식 주의보’가 내려졌다. 술을 마시기 위해 신분증까지 위조해 들어오거나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미성년자들 때문이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모이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10대 청소년들은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산 후, 돈을 내지 않기 위해 업주를 협박한다. 뿐만 아니라 포상금을 노리고 고의로 신분증을 위조한 후 업주들을 속이고 신고하는 ‘악덕 손님’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이런 발칙한(?) 10대들의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을 청소년 출입ㆍ고용 금지업소에 출입하게 하거나 주류를 제공할 경우 행정처분이나 과태료를 부과받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해 나이를 속일 경우에도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고, 판매자만 처벌받는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사실상 가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협박인 걸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도 자영업자 구제에 나섰다. 최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소년들이 법을 악용해 나이를 속이고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에 출입해 주류를 제공하도록 해도 현행법에 따르면 영업자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식품위생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발의안에서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해 술을 마셨을 때는 이를 고려해 행정처분이나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해 선량한 식품접객영업자를 보호하려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술을 마신 청소년들에게도 그에 받는 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 신고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도 부천의 한 음식점 주인 B씨는 “이미 밖에서 술, 담배를 하고 바쁜 시간에 들어와 미처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했다”며 “외관상 성인인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잘못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법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B씨는 “술 한두 병 더 판다고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면서까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고 싶어하는 업주는 없다”며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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