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부친과 다른 길, 외길 택할 수 밖에 없어” -비판 대상 지배구조 개편 동시에 황제경영 일소 수순 -국민 불신 극복이 최대과제…조만간 일본행 주총다지기

[헤럴드경제=이정환ㆍ김성훈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경영상 결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형과 개인적인 부분에 있어서 대화할 생각은 있지만, 경영권은 별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모두 제 책임”이라고 말해 자신이 그룹 의사결정의 최종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다. 신 총괄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향후 신 회장은 부친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그룹을 탈바꿈시킬 전망이다. 신 회장은 이르면 13일께 주주총회 표를 다지기 위해 일본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를 약속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를 약속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배구조 개편… 밀실ㆍ황제 경영 일소

‘신동빈의 롯데’로 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롯데는 그간 80개 계열사 중 8개만 상장해 외부에 공개했고, 416개에 달하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 이는 총수의 밀실ㆍ황제 경영을 뒷받침하는 힘이기도 했다.

신 회장의 사과 역시 이같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단추는 호텔롯데 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베일에 싸여진 그룹 지배구조 상층부를 공개함으로써 봉건적 경영 행태를 일소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을 낮춰 소유 구조 상 일본 쪽과 분리함으로써 ‘일본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편도 될 수 있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에는 7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계열사를 추가 상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영권 분쟁 때문에 일시 중단되기는 했지만 롯데는 롯데정보통신 IPO(기업공개)를 추진해 왔고, 증권가에서는 롯데리아와 코리아세븐의 상장 가능성도 점쳐 왔다.

▶금융업 버릴까, 키울까

또 다른 주목 지점은 롯데가 금융업을 강화할 지, 정리할 지에 관한 부분이다. 경영권 분쟁 직전까지만 해도 롯데는 금융 사업의 덩치를 키워왔지만, 향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 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 회장은 꾸준히 금융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신 회장은 2009년 당시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단기간에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수단은 금융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실제 롯데는 2002년 동양카드, 2008년 대한화재보험을 인수해 현재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으로 키웠고, 지난해에는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접은 상태지만 최근까지 인터넷은행 설립도 추진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이 금융권 출신인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과 손을 잡은 것도 금융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제조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 ‘신격호ㆍ신동주’와 금융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 ‘신동빈ㆍ쓰쿠다’의 갈등이 전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열사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것이 불가능해, 롯데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실제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증권, LG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전부 매각하고 금융업을 포기했다.

이와는 달리 별도의 금융지주사를 만들어 사업지주 회사와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갈 가능성이나, 일반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향후 도입된다면 이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한일 롯데 소유는 분리, 경영은 협력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종전까지 분리 경영됐던 한일 롯데가 향후 얼마나 사업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소유 상으로는 일본과 분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원 롯데, 원 리더(One Lotte, One Leader)’라는 기치 아래 경영 상으로는 이전보다 훨씬 긴밀한 상호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도 “한일 롯데 제과사업은 각각 2조5000억원 규모지만 합치면 5조원 정도로 세계 제과업계 7,8위권”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일 롯데는 해외 시장서 많은 경영 시너지를 갖고 있다”며 “두 회사를 완전히 분리해 별개로 경영하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실제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 리더’로 오른 뒤 첫 행보 역시 일본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가 공동 출자해 태국 방콕에 면세점을 열기로 한 것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통합하는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며 “가령 일본 롯데는 현재 식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신 회장이 금융이나 화학 분야에도 관심이 큰 만큼 향후 한국 롯데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