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5일,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불도그보다는 진돗개가 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하는데 국무조정실은 그런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해 화제가 됐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진돗개 정신’은 유행어가 됐고, 국가 기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돗개’를 부르짖으며 VIP(공무원들이 대통령을 가르키는 은어)의 뜻을 따르겠다고 다짐했지요.
이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때 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을 이미 체화시킨 국가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출입하고 있는 검찰이죠. 특히 2월 들어 검찰의 이 ‘진돗개 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강기훈(51) 씨의 ‘유서대필’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상고했습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0년대에 강씨가 운동권 동료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해주고 그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세력’이라는 혐의로 기소돼 옥고를 치룬 사건입니다. 당시 1991년 5월 김씨가 분신하자 검찰은 ‘김씨가 남긴 유서는 강씨의 필적으로 밝혀졌다’며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 결국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고법은 22년만에 강씨에게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죠.
재판부는 “1991년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는 신빙성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미 간암 2기와 간경변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강씨는 무죄 선고후 “오늘 사법부의 판결은 1992년 대법원 판결 등 자신들의 판단과 징역 등 일련 과정의 잘못을 고백한 것이란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저는 당사자로 재판받았지만 주변에서 똑같이 아파한 수 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이 분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고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자신들의 23년 전 기소가 잘못된 게 아니라며 상고하면서 강씨는 또 다시 재판에 나서 고생하게 됐습니다.
부산지검 역시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과 관련해 재심 청구인 5명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상고했습니다.
부산지법은 지난 13일 부림사건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58), 최준영(62), 설동일(58), 이진걸(56), 노재열(56)씨등 5명에게 모두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집시법, 계엄법, 범인은닉 및 도피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을 했으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상당기간 불법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그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국보법 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고 특히 검찰 수사단계에서 자백의 임의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필요하다”며 항소했습니다. 자신들의 과거 기소는 절대로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 중국정부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대해 ‘위조’라 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 철회나 공소장 변경없이 그대로 항소심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검 DFC역시 ‘변호인 측이 낸 문서에 찍힌 도장과 국정원ㆍ검찰이 낸 문서에 찍힌 도장이 다르다”며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을 비췄지만 이도 모른척 합니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이) 위조라는게 객관적으로 밝혀지면 공소 유지를 할 수 없지만 지금 상황은 위조라고 단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대사관의 회신만 갖고 위조를 인정하고 물러서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설령 그 문서가 ‘진본’이라 할 지라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입수한 문서도 아니고, 문서의 작성 당사자인 중국정부가 ‘위조다’고 단정한 만큼 증거가 법원에서 받아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자신들의 기소가 절대 잘못된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렇듯 ‘물면 안놓는 진돗개 정신의 검찰’을 보고 있자니 논어의 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 위령공 편)”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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