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돌아야 한다. 기업엔 자금이, 투자자에겐 투자처가, 국가엔 세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돈이 도는 공간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엔 한국거래소가 있다. 내년은 한국거래소가 설립된지 60년이 되는 해다. 본래 환갑(還甲)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다. 헤럴드경제는 거래소 체제개편 논의의 배경과 쟁점을 분석해, ‘환갑’을 맞은 한국거래소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키 위해 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거래소가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핵심으로 한 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정부 당국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과 거래소의 독자적 생존 모색, 본부별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 등이 대두되며 본격적인 새판짜기 절차가 가속화 하고 있다. ‘환갑’을 맞은 거래소 구조 개편에 자본 시장 주역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 무한경쟁 시대= 아시아 자본시장은 국가 대표 거래소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국내 유망 기업들이 제 값어치를 받을 수 있는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사례가 보편화되면서 거래소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IT 업계 선두주자 네이버의 라인은 미국과 일본 상장을 검토중이고, 게임업계의 ‘큰손’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태다. 국내 기업의 해외 거래소 상장은 한국 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이란 의미도 있지만, 한국거래소에겐 ‘제 나라 기업도 외면하는 시장’이란 아픔이 됐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도 크게 증가했고, 개인들의 해외 직접 투자 규모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가간 자본시장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국거래소도 ‘먹거리’ 걱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글로벌 거래소로 거듭나기 위해선 IPO가 필수적이다.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선 세계 거래소와 경쟁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거래소의 지주사 체제 전환 역시 위기에 처한 거래소의 질적 도약을 위해 마련된 조치다. 거래소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거래소 기업공개(IPO)를 중간 단계로 한다. 각 국의 거래소들이 상장기업화 되면서 해당 시장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등장하게 됐다. 실제로 주요국 거래소는 대다수가 상장돼 있다.
거래소는 이미 지난 2007년 지주사 개편을 목표로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바 있지만,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계획은 모두 보류된 바 있다. 해외 거래소들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던 시기, 한국거래소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거래소 IPO 되면?= 거래소가 상장될 경우 현재와 가장 크게 달라질 것은 자금력이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인수합병(M&A) 자금력은 2000억원 가량이다. 이는 국가별로 치열하게 진행되는 거래소간 인수합병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초라한 규모다. 특히 비상장사란 한계 때문에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하면서 경쟁력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비약적 발전을 했던 것은 지주사 개편을 통해 내부시장 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조기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덕에 힘입은 바 크다. 또 상장 이후 유입될 자금으로 해외 사업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외거래소를 인수합병하거나 지분교환을 통해 글로벌 사업의 주체로 한국거래소가 되게 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근거법을 마련하고, 내년 중 거래소의 지주사 개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차례 좌절됐던 IPO 역시, 거래소 최우선 과제로 올라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60년 가까이 독점체제로 운영돼 왔던 국내 자본시장내 코스피·코스닥시장의 경쟁체제를 도입해 체질을 강화하고 시장별 상품 다양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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