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 = 안일범 기자]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책을 빌려 주는 곳' 혹은 '책을 읽는 곳'쯤이 될 듯 하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책을 읽기 보다는 어쩌면 '공부를 하기 좋은 곳'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떨까.
"도서관은 문화를 전달하는 곳이죠. 단순히 '책'을 저장한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물론 책이 없다면 큰일 나겠지만요(웃음)."
한네로네 포크트(이하 포크트) 쾰른 공공 도서관장은 게임을 문화의 한 축으로 보고 당연히 지키고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포크트 관장은 쾰른 공공 도서관 외에 11개 브런치 도서관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이 곳 쾰른 공공도서관에만 하루 8천여명이 방문해 도서관을 이용한다. 실제로 도서관이 열리기 전인 오전 9시 50분에 이미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이들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가방을 멘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이든 어르신들이나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까지 다양한 이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이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곳 도서관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긴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문화들을 체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는 '문화를 창조'하는 일들도 지원한다. 전 세계 최초로 도서관에서 3D프린터를 배치했고 '메이커스 스페이스(창작자 공간)'을 운영해 음악을 만든다거나, 3D프린터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심지어 컴퓨터 코딩까지도 가능하도록 도서관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특히 우리네 시각에서는 꿈만 같은 일들도 벌어 진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 이 곳 학생들은 방과 후에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 간다. 우리네 아이들이 학교가 파하자 마자 PC방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콜두라 노츠젤만 수석 사서는 "아이들이 학교를 끝나자마자 바로 도서관으로 온다"라며 "보통 집에서 엄마가 '도서관에 가려면 숙제를 끝내고 가라'라고 말할 정도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들어와 함께 게임을 즐겼다. 도서관 측에서는 아이들에게 잠시 뒤에 와달라고 부탁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즉석에서 한-독 '피파15'축구 배틀이 펼쳐졌다. 한국 서울대학교에서 게임을 가르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이정엽 교수와 독일 쾰른의 동네 꼬맹이가 도서관에서 게임 대결을 펼친다. 쾰른 도서관은 그런 곳이다.
독일아이들은 온갖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스루 패스를 잘하는 10가지 방법'을 강연하는 듯한 실력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연마한 것이 틀림이 없다.
상대적으로 능력치가 떨어지는 FC쾰른을 선택한 이 교수의 능력도 만만찮다. 느린 속도의 선수들을 이용 교묘히 심리적인 트랩을 걸면서 치고 빠지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포크트 관장의 영향력이 컸다. 그는 어떤 문화가 나온다면 그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 보다는 판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독일에서도 부모님들은 게임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일부 게임이 나쁜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분명히 좋은 게임들도 존재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할 것입니다."
포크트 원장은 올바른 문화로서 게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집안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그는 부모님들을 직접 초빙해 '강좌(트레이닝)'를 한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좋고 나쁨을 알려줄 수 있는 문화가 정립 되야 한다고 그는 보고 있다. 쾰른 주립 도서관은 1주일에 한번 어르신들을 모셔서 함께 게임을 즐기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은퇴한 뒤 취미를 찾는 이 분들은 이웃들과 함께 모여 Wii를 즐기며, 서로 교류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와 함께 게임 전문가를 초빙, 아이들과 토론회를 가지며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이야기하고 서로 평가할 수 있는 시간도 1주일에 한번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아직은 이 변화가 환영 받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포크트 관장은 학부모로 부터 항의 메일을 몇차례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보냈더니 가장 먼저 게임을 하는 모습을 탐탁치 않게 여긴 부모님들이 직접적으로 항의 한 것이다. 게임이 교육에 별로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그녀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로 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열린 마음으로 게임을 문화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게임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방안에 홀로 앉아 즐기는 것 보다 함께 모여서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거죠. 우리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포크트 원장은 앞으로 도서관을 본격적으로 개편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은 게임과 음악 책이 따로 떨어진 환경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층을 통틀어서 문화를 융합해 나갈 수 있는 형태의 도서관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서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또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여러분들도 게임을 즐기면서 자랐지만 지금 기자이고, 교수이고, 게임 개발자잖아요. 여기 오는 꼬마들이 교수가 되고, 기자가 되고, 게임 개발자가 될지 누가 알겠어요?" 콜두라 노츠젤만 수석 사서의 말이다.
독일 쾰른에서 =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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