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을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한다. 배워서 아는 것을 학이지지(學而知之)라고 한다. 곤란을 겪은 뒤에 배우는 것을 곤이학지(困而學之)라고 한다.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려하지 않는 것을 곤이불학(困而不學)이라고 한다. 공자는 논어의 계씨(季氏)편에서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려하지 않는다면 하급 국민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라는 곤란을 겪었다. 곤란을 겪으면서 보건문화를 선진화해야만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천에 옮겨, 문화를 바꾸어야 또 다시 찾아올 곤란을 예방할 수 있다. 곤이불학(困而不學)의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다섯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청결문화를 바꾸자. 사스가 유행했을 때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었지만, 곤이학지(困而學之)를 제대로 안한 탓인지 메르스가 찾아왔다. 사스 사태 이후 ‘손을 깨끗이 씻는 청결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이 화장실 사용 전후와 식사 전후, 그리고 외출 후에 귀가해 손 씻는 것을 습관화하도록 가정과 학교와 일터에서 청결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음주문화를 바꾸자.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음주문화는 술잔 돌리기와 폭음이다. 자기가 마신 술잔을 깨끗하게 씻지도 않고, “내 술 한잔 받으라”며 상대방에게 강권하는 비위생적인 술잔 돌리기 문화로 인해 자기 입속의 세균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 쉽다. 술잔 돌리기가 마치 상호간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잘못 인식된 탓이다. 폭음을 해서 만취하게 되면 인사불성이 돼 불상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폭음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술잔 돌리기는 세균을 전파시키므로 폭음을 피하고 술잔을 돌리지 않는 음주문화를 정착시킬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다.
셋째, 인사문화를 바꾸자. 메르스가 발생된 중동지역의 인사법이 악수와 포옹이다. 악수와 포옹은 친밀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인사법이지만, 신체접촉으로 인해 세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쉽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손바닥을 서로 잡는 악수 대신에, 주먹을 맞대는 오바마 미국대통령 악수방식을 수입해 가급적 신체 접촉 부위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렇지만, 신체접촉을 하는 악수와 포옹 대신에 가볍게 허리를 굽혀 마음으로 인사하는 한국 고유의 인사법이 몸으로 하는 인사보다 훨씬 더 건강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넷째, 병원문화를 바꾸자. 메르스의 급속한 전파 원인 중의 하나가 가족과 친지의 문병문화, 가족의 간병문화, 그리고 비위생적인 응급실문화로 지적된 바 있다. 문병과 간병은 한국인 특유의 정(情)을 표현하는 문화다. 문병과 간병을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한국형 문병문화와 간병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병문화와 간병문화를 바꾸어야할 뿐만 아니라, 응급실문화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응급실문화의 선진화는 의료전달체계의 선진화에 달려 있다. 응급실의 감염예방을 위해 병원이 스스로 정한 규칙을 스스로 잘 지키고 있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건강한 병원문화가 정착된 병원의 모범사례를 찾아 전국적으로 전파시켜야 한다.
다섯째, 범부처 차원의 협업이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들이 문화를 바꾼다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문화를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국경을 드나들고 있어 언제 어떤 바이러스가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보건문화를 바꾸는 일을 보건복지부에만 맡겨놓을 일은 아니다.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이 협업해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일터에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문화를 바꾼다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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