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45년간 경찰 중간 간부를 배출해 온 경찰대학. 그 사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은 달라지고 수사 구조도 크게 변했다. ‘엘리트 경찰’을 상징해 온 경찰대생의 정체성은 이 사이 어떻게 달라졌나. 또 새로운 형사사법의 시대에 걸맞은 리더를 키워내고 있는지 경찰대의 존재가치를 점검한다.
순혈주의 깨고 다양한 입직경로 확대
졸업생 자동임용 놓고 형평성 논쟁
순경 출발·패스트트랙 등 대안 엇갈려
“전문 리더십 육성” 경찰대 역할론도
[헤럴드경제=박준규·정주원 기자] #. 경찰 일반공채 시험을 보고 순경으로 입직한 A씨. 경찰대학 재직경찰관 편입제도로 2023년 경찰대 3학년에 입학해 2년 공부했다. 지금은 A경위로 일선 경찰서 수사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경찰대에 입학한 친구들과 견주면 한참 연장자지만, 그는 학과수업이나 모의수사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다. 특히 어린 동생들과 팀을 꾸려서 학내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나서선 1등을 차지했다.
편입생 A씨의 사례는 달라진 경찰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이동희 교수는 “과거의 경대가 비슷한 나이·입학경로의 동질적 엘리트 집단이었다면 지금은 서로 다른 경력과 경험을 섞는 혼합형 경찰교육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1981년 ‘경찰판 사관학교’로 탄생한 경찰대는 설립 직후부터 경찰 엘리트 양성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과도한 특혜를 거론하며 존폐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40여년 전과 달라진 지금의 경찰대 풍경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현실이 됐다. 2017년 6월 외부 전문가 19명으로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는 신입생 정원을 줄이고 각종 혜택을 없앤 개혁안을 마련해 경찰에 권고했다. 경찰대학 관계자는 “저간의 개편으로 폐쇄성이나 순혈주의 문제는 많이 극복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바뀔 만큼 바뀌었다? 남아있는 ‘경위 직행’
<경찰대학 설치법 제8조>
경찰대학의 학사학위과정을 마친 졸업자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른 경위(警衛)로 임명한다.
<경찰공무원법 제10조 中>
① 경정 및 순경의 신규채용은 공개경쟁시험으로 한다.
② 경위의 신규채용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한다.
1. 경찰대학을 졸업한 사람
2.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추고 공개경쟁시험으로 선발된 사람(이하 “경위공개경쟁채용시험합격자”라 한다)으로서 교육훈련을 마치고 정하여진 시험에 합격한 사람
그러나 여러 차례 개혁 논의에서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경위 자동 임용’ 제도다. 경찰대생은 4년간 학부 과정을 마치면 별도의 졸업, 임용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경위로 경찰에 입직한다. 4년을 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고 성적은 어떠했는가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애초에 능력 있는 경찰 간부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이런 식으로 설계됐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2024년 자신의 논문 ‘경찰대 개혁 방향의 일 고찰: 경찰대 졸업자의 경위 임용 해법을 중심으로’에서 경위 자동임용 제도를 두고 현행 법령이 ‘로열로드(Royal Road)’를 열어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청 편제로 보면 정원상 경위는 전체 경찰관의 12~14% 수준이지만, 실제 현원으로 따지면 30%를 상회(2024년 기준)할 정도로 흔한 계급이 됐다. 과거처럼 ‘경위=초급간부’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의무복무 기간(6년) 중에 있는 한 수사관은 “수많은 경찰 실무자 중 한 명일 뿐”이라면서도 “준비된 중간 계급 경찰관을 키운다는 경찰대의 존재 목적 자체엔 큰 문제의식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대학 관련법 개정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졌던 20대 국회에서도 ‘졸업 후 경위 직행’은 화두였다.
당시 입법조사처가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경찰대 졸업생의 임명과 관련해 이종걸 의원은 아예 임명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진선미 의원은 경찰대 석· 박사 과정으로 개편해 석사과정 졸업생은 경위 임명, 박사과정 졸업생은 경감으 임명하자고 했다. 반면 표창원 의원은 학사과정 입학 시점부터 순경으로 보임하고 4년을 가르쳐 동일 선상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하도록 설계했다.
당시 발의됐던 법안들의 세부내용은 제각각이지만 기본 취지는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초급간부로 ‘공급’하던 경찰대의 기능을 전환해 형평성을 맞추고 현직 경찰에게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전환하자는 구성이었다.
경찰대 출신의 임명에 관해서는 그 이후 더 이상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이나 경찰대학도 자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쿨행(行)을 택하는 경찰대 출신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경찰대 출신이 경위 경력을 갖고 법조계로 진출하는 관문이 됐단 문제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경위 직행’ 대신 어떤 방식 있나
경찰 전문가들의 견해도 갈린다. 동일 선상에서 출발 후 경험을 앞세우는 입장,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특화된 입직 경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 등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순경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참다운 경찰 업무를 경험하고 배운다”고 말했다. 이상훈 교수도 순경에서 출발하게 하되 경찰대생들은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두자고 제안했다. 지구대 순찰·초동조치·수사 부서 실무를 직접 경험한 뒤 순경 → 경장 → 경사 → 경위로 빠르게 진급시키는 방식이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반대로 경찰대 인센티브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인원이 많아진) 경위로 임관할 게 아니라 경감이나 경정으로 임용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만큼 대우를 해주는 대신 10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21기 출신 형사변호사는 경위 제도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한 분야에서 머무르며 전문성을 키워나가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임용 제도를 개혁하는 게 우선이다. 경대 출신, 경위공채 출신들이 전문 리더십을 발휘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현재의 경찰대는 학부생에 더해 경위공채(과거 간부후보생)·변호사 경력공채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온 이들을 모두 교육한다. 연간 약 180~190명이 경위나 경감(변호사 경력) 계급으로 경찰에 입직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교를 졸업해 학부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경위에 임명되는 인원은 과거 120명에서 이젠 50명으로 줄었다. 입직 경로의 다양성을 끌어올린 구조”라며 “다양한 배경의 교육생들이 경찰대에 모여 전에 없던 시너지를 내는 걸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관계자는 “중간관리자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리더로서 자질과 법·제도 변화를 선제적으로 교육해 경찰 조직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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