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비슷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 정치력이든 재력이든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권력의 크고 작음은 정치력의 경우 ‘국가 의전 서열’을 통해 나타난다. 1위인 대통령에서부터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 4위 헌법재판소장, 5위 국무총리, 6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7위 여당 대표, 8위 야당대표 등의 순서가 정부조직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럼 재력은 어떤식으로 표현될까. 돈의 많고 적음은 ‘재계 서열’로, 지분의 많고 적음은 통해 ‘그룹내 서열’이 표현된다.

요즘 경영권 분쟁으로 시끌시끌한 롯데가(家)를 살펴보면, 1위 자리가 바뀌는 시점인 까닭에 다소 복잡하다. 현재 권력 1위는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2위를 놓고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결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승자는 곧바로 새로운 권력 서열 1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보유 정도에 따라 4위는 경영권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부상한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나 신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정도로 보인다. 6위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으로 보이며, 7위는 일본 롯데홀딩스 우리사주로 이해된다. 그리고 신 회장의 가신그룹과 신 전 부회장의 친족 그룹이 8,9위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순위는 경영권 다툼이 끝나면 크게 뒤바뀔 것이다.

롯데가의 재력과 한국의 정치권력의 경우 속성은 비슷할 수 있으나 기본 구조가 같을 수는 없다. 국가 의전 서열은 삼권분립 정신을 바탕하고 있지만, 롯데가의 경우 황제식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바뀌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영권 분쟁 초기 ‘쿠데타’라는 말이 나왔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생 신동빈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시킨 일을 두고 나온 표현이다. 쿠데타가 일일천하로 끝나면서 본격적인 여론전이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은 각종 폭로를 바탕으로 자신이 경영권 승계의 주인공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두번째 시도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만 더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 이에 맞선 신 회장의 모습도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 방문, 계열사 현장 탐방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민심 행보를 펼치는 정치인들이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행보가 정치인과 닮아가고 있지만,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경영권 분쟁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주주들에게 그룹 경영과 관련한 믿음과 함께 비전을 제시하는 부분이 빠졌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이익 증대를 위해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손가락 해임이 불가능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데 확신을 줘야 한다. 이를 잘하는 쪽이 일본 롯데홀딩스 우리사주의 향방은 물론 롯데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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