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택지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행사들이 압다퉈 ‘땅 사냥’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한동안 주택사업을 꺼렸던 대형 건설사들 역시 가세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6일 “최근 몇 년 동안 주택경기가 나빴다 보니 요즘처럼 주택경기가 좋을 때 일감을 확보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업계 전반에 강하게 퍼져 있다”며 “건설사들이 땅을 찾아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달간 수도권과 광역시의 공공택지,혁신도시 등에서 공동주택용지 13개 필지를 사들였다. 작년 11월 수원 호매실, 오산 세교 등 3개 필지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불과 한달동안 광명역세권, 의정부 민락, 아산 탕정 등의 공공택지에서 9개 필지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올해에는 지난 1월 대구 테크노폴리스, 고양 원흥 공공택지지구 등에서 2개 필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들 13개 용지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 규모는 약 1만가구. 이 회사는 올해 22개 사업장에서 2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쏟아낼 태세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주택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전사적으로 택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해 주택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당장사업이 가능한 땅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9월 이후 강릉 유천지구, 평택 소사벌, 구미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 등 3개의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사들였다. 이 가운데 강릉 유천지구는 12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것이다.
이들 회사뿐만 아니라 현금 유동성이 양호한 부영, 중흥건설, 이지건설, 모아건설, 이테크건설 등도 택지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작년 8ㆍ28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적으로 택지 매입을 재개하는 분위기”라며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 도시개발사업지구 등 다양한 경로로 쓸만한 택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채무의 부담으로 한동안 주택사업을 꺼렸던 대형 건설사들도 택지 확보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까지 주로 해외사업에 의존했던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은 경기가 푸릴면서,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하남 미사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공동주택용지 2개 블록을 매입하고 오랜만에 자체사업에 나선다.
대림산업도 공공택지를 매입하기 위해 최근 남양주 진건지구 등의 사업성 분석을 진행중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주택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정비사업 위주로 선별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올해부터 공격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사업성이 양호한 공공택지 위주로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땅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난해 가을 이후 주택경기가 회복되면서 주택사업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에서 택지는 원재료와 같다”며 “경기가 좋을 때 서둘러 원재료(땅)를 확보해 제품(아파트)을 생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 부지보다는 당장 사업이 가능한 택지지구에 건설사들이 몰리고 있다. 경쟁률이 높은 일부 택지는 300대1을 넘어서고 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공공택지는 이미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고 미분양 토지는 당장이라도 아파트 분양이 가능해 자금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다”며 “민간택지는 땅 작업이 어렵고, 사업기간도 길어 공공택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LH가 미분양 택지 판매촉진을 위해 무이자 융자ㆍ공급가 조정 등 계약조건을 대폭 완화해준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건설사들이 택지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동주택용지는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각 1필지와 2필지가 미분양됐던 고양 삼송지구와 원흥지구의 공동주택용지는 지난달 말 전량 매각됐다.
용인 서천지구에 마지막 남아 있던 공동주택용지(5블록)도 수의계약에서 19개사가 경쟁을 벌인 끝에 현대엠코에 낙점됐다.
약 4년간 장기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광명역세권 주상복합용지 3개 필지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3개 필지가 모두 팔려나갔다. 추첨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필지 당 50∼100대 1은 기본이고 지난해 말 공급한경북혁신도시 2개 필지는 경쟁률이 나란히 300대 1을 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아파트를 지을 만한 우량 민간택지가 많지 않고 개발사업은 장시간이 걸려 위험부담이 크다”며 “당분간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유망 토지를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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