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수출…선진국은 수입 글로벌 경제패러다임 급변 소득분배 불균형 韓경제 발목 서비스업 중심 성장축 재편을
그동안 지속되어 온 ‘신흥국 수출, 선진국 수입’ 경제발전 모델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은 성장의 중심을 소비와 수입에서 다시 수출로 전환하는 등 글로벌 수출 환경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흥국으로 이전했던 제조업 기반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나 미국 정부의 ‘미국에서 만들자(Make it in America)’ 캠페인도 큰 틀에서 보면 제조업 중심의 수출 기반을 재구축해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경제운영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을 지닌 대부분의 신흥국 경제가 한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과 대만 등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아시아 타이거’들의 경우 선진국 수출시장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출 부진은 곧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내수부진ㆍ수출호황의 불균형 구조를 단순히 내생적으로 극복 가능한 상황 논리로 치부하기보다는 성장구조의 패러다임 안에서 국내 경제를 둘러싼 내수부진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의존형 성장모형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미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009년에 발표된 일본의 ‘제3 성장의 길’이나 중국이 추진 중인 ‘12ㆍ5 경제계획’은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 내수 진작 등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다. 그래도 중국 경제는 여타 주변 국가에 비해 내수의 기초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 등 주변 신흥국들의 약진으로 수출 동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국면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제3 성장의 길’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금의 수출형 경제구조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성장의 중심을 수출에서 내수로 옮겨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무역 공ㆍ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내수가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야 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을 경제운영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부문의 약진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성장엔진의 연비가 떨어지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 수출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천수답 구조다. 내수의 근간을 이루는 소비구조를 살펴보면 2012년 소비의 GDP 비중은 53%로 OECD 평균(62%)이나 미국(70%), 일본(61%) 등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발전 이론에 따르면 산업의 발전과정은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제조업 비중이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하는 ‘역U자형(reverse U-shape)’ 패턴을 보인다. 즉, 내수 기반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어지는 산업구조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2012년 기준 제조업의 GDP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가 28.2%로 일본(18.5%), 싱가포르(19.6%), 미국(12.5%) 등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수의 두 축인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득 분배구조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소득의 분배구조가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득-소비-생산’으로 이어지는 분배순환 흐름에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단선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소득 분배구조를 개선해 소비성향과 기업투자를 제고할 수 있는 근원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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