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ㆍ배두헌ㆍ박혜림 기자]‘트렁크 살인’ 용의자 김일곤(48)은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김씨는 이동한 이유로 ‘마음이 힘들었다’는 등의 진술을 했지만, 번호판을 바꾸는 등 치밀한 도주 행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충남 아산에서 피해자 주모(35ㆍ여)씨를 납치, 천안에서 살해하고 난 뒤 시신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서울과 속초, 부산, 울산 등지를 돌아다녔다고 진술했다.
9일 오후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씨를 납치한 김씨는 주씨의 차량을 직접 운전해 마트를 빠져나왔다.
이후 김씨는 용변을 보고 싶다는 주씨를 천안시 두정동의 한적한 골목에 내려줬지만 주씨가 이 틈을 타 도주를 시도하자 곧바로 제압해 다시 차량에 태운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주씨를 살해한 직후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전국을 돌아다닌 것으로 보인다.
주씨의 차량을 운전해 우선 서울에 올라온 김씨는 바로 강원도 속초로 이동했다. 김씨는 속초로 향한 이유에 대해 “마음이 힘들어서”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그곳에서 다시 부산 광안리로 향했다. 죄책감이 들던 터에 속초에서 주씨의 신분증 주소가 경남 김해인 것을 확인하고 가까운 부산에 묻어주고 싶었다는 게 김씨의 진술이다.
하지만 이튿날인 10일 김씨는 시신을 그대로 실은 채 다시 울산으로 이동했다.
울산에서 다른 차량의 앞 번호판을 훔쳐 바꿔 달고 밤새 서울로 달린 김씨가 서울요금소를 통과한 것은 11일 오전 4시39분께였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주로 국도를 이용했으며, 잠도 주씨의 시신이 실린 차 안에서 잤다고 진술했다.
서울에 도착한 김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성동구 고시원에서 짐을 챙겨서 나와 다시 이동했다.
그러나 성동구 황학로터리 인근에서 차량 접촉사고를 내자 그날 오후 2시 40분께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씨의 시신이 있는 차량을 주차한 뒤 시신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이후 김씨는 경기도 하남 등지로 도주하다 16일 서울로 다시 돌아왔으며, 17일 오전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개 안락사 약을 요구하고 달아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11시 5분께 검거됐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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