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비준을 앞두고 정치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영역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의 FTA는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중대한 변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

2014년 4월 미국마케팅학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는 ‘국제마케팅에서 존경스런 상인’(The Honorable Merchant in International Marketing)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멕시코의 휴양도시 캉쿤(Cancun)에서 사흘간 열린 논문발표와 토론, 워크숍은 글로벌 시장에서‘존경받는 상인’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신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성실성을 제시하고 있다.

컨퍼런스 좌장인 조지타운대학(Georgetown University)의 마이클 씬코타(Michael Czinkota) 교수는 이들 세 가지 조건 중 신뢰(trust)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그는 신뢰야말로 기업과 고객을 이어주는 가교이기에 이를 구축하기 위해 고객과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친숙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객 신뢰(customer trust)가 기업에게 주는 경제적 효과는 탄탄한 이론과 수많은 기업 실제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신뢰가 배태된 거래는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며, 갈등의 순기능적 해결과 공동의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떠받치는 반석이 된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고객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화 시대를 살며 갈수록 현명해지고 있는 고객의 기대는 높으며 이들은 자신에게 특화된 경험, 기업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요구하고 기업의 투명성과 정직을 요구한다.

최근 앙트리프리너(Entrepreneur)가 실시한 소비자 서베이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고객 신뢰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기능적 수월성도 지니고 있지만 그 보다는 고객화된 경험의 제공,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 성실한 사업수행을 통해 고객 신뢰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Amazon)은 다양한 상품, 연중무휴의 영업, 탁월한 검색 기술, 사용자 리뷰 및 풍부한 제품 정보, 정교한 기법에 의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특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코카콜라(Coca-Cola)는 페이스북에서부터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객 접점에서 ‘소비자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판매한다’는 자사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컨설팅 기업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이 포브스 인사이츠(Forbes Insights)와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Building Trusted Relationships Through Analytics and Experience)에 의하면 미국의 마케팅담당 최고임원(CMO) 중 90% 이상은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자사의 전략적 비전의 핵심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신뢰가 성장성, 수익성, 효율성 지표와 함께 기업의 핵심 성과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는 수단이기에 앞서 그 자체가 목표여야 한다.

가포(稼圃) 임상옥(林尙沃)은 우리의 국제 교역사에서 가장 ‘존경스런 상인’이자 마케터다. 그는 ‘사농공상’의 신분계급이 지배하던 조선 시대에 비록 사회적으로는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재물에 있어서는 공평하기가 물과 같고(財上平如水), 사람 사이에서는 정직하기가 저울과 같은(人中直似衡)’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빈민 구제에 사용했으며 사람과 신용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며,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고,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게 있어 신용 내지 신뢰는 사업을 위한 수단이기 보다는 목적이었다.

헤럴드경제가 마련한 ‘2015 마케팅대상’은 다양한 마케팅 분야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 기업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각 분야에 선정된 기업이 고객 신뢰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