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도처에 칼로리 폭탄이다. 잘 못 먹었다간 살찌기 딱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19세 이상의 성인 10명중 3명(32.8%)이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기도 했다. 비만은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피하고, 먹었으면 움직여야 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는 등 살을 빼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기본은 칼로리를 통한 식단 조절“이라고 말했다. 헤럴드 경제는 칼로리 조절로 살을 빼기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 직장인 여성을 인터뷰하고 하루 일과를 재구성해 봤다.
계속되는 야근에, 회의에 한달을 좀비처럼 살았던 직장인 이모(27ㆍ여ㆍ사진) 씨. 이 씨는 최근 오랜만에 대학 동창을 만났다. ‘별그대’ 결말 부터, 남자, 그리고 못살게 구는 직장상사 얘기 까지…. 알고 있는 모든 얘기와 해야할 모든 얘기를 털어 놓았다. 헤어질 무렵. 대학 동창은 기어이 참았던 말을 내뱉는다.
“살쪘어, 너.”
마지막으로 저울에 올랐던 적이 언제였던가. 집에 도착하자마 몸무게를 쟀다. 눈금이 61㎏에서 멈춘다. 6㎏의 살덩어리가 몸에 더 붙었다.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가지고 있던 고민들은 밀려나고 머릿은 오직 ‘다이어트’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내일부터는 다이어트다.’
아침을 잔뜩 차려 놓은 엄마에게 “노 땡스(No, thanks)”라는 말을 외치고 도망치듯 출근했다.
회사 앞 커피전문점에 들려 커피 한 잔을 샀다. 달콤한 바닐라라떼(190㎉)와 카라멜 마끼아또(185㎉)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메리카노(15㎉)를 선택했다.
설탕시럽을 살짝만 넣을까 고민했지만 ‘시럽 한 펌프에 20㎉’ 라는 문구가 그를 노려보고 있다. 다이어트의 적은 ‘맛’이다. 시럽은 금물이다.
회사 책상에 앉자마자 괜히 서랍을 열어본다. 초콜릿, 사탕 등 주전부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입에 쏟아넣었 던 것이다. 유혹은 제거해야 한다. 저 멀리 각을 잡고 앉아 있는 신입사원들이 보인다. 신입사원에게 칼로리 덩어리를 투척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허전해진 마음과 심심한 입은 집에서 챙겨 온 방울토마토 (1개당 3㎉)로 달랜다. 앞으로 당근 반개(1개당 72k㎉)를 가지고 와야겠다.
그를 시험에 들게하는 점심시간이 왔다. 오늘은 여자동료들끼리 모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메뉴판에는 소스와 토핑을 다양하게 조합한 스파게티가 가 셀 수 없이 많다.
동료들은 파스타계의 짜장면과 짬뽕인 크림스파게티(921㎉)와 토마토파스타(953㎉)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모습이지만 그는 올리브스파게티(705㎉)에 만족키로 한다. 전채로 나오는 야채샐러드에는 소스(키위소스의 경우 80㎉)를 빼달라고 따로 부탁했다.
오후 3시.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보자니 노곤함이 가시지 않는다.
외근 나갔다온 남자 동료가 뭘 잔뜩 사가지고 왔다. 그중에 오렌지 주스(100㎉)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늘어지는 몸이 비타민을 부르고 있지만, 꾹 참고 녹차 한 잔(2.8㎉)을 들이켰다. ‘시중 주스는 설탕 덩어리’라는 한 다이어트 블로거의 당부를 되새긴다.
오후 6시.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문자를 뒤로하고 곧장 집 앞 휘트니스 센터로 향한다.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는 스포츠음료(180㎉) 대신 물(0㎉) 한병을 샀다.
트레드밀은 만원이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순서가 왔다. 트레드밀에 올랐다. 1시간 동안 열심히 뛰었다. LED 화면에 달린 거리와 칼로리량이 표시됐다. 6.8km를 달렸고, 348㎉가 소모됐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근처 마트에 들렸다. 진열대에서 고르는 물건마다 자동적으로 뒤집어 성분과 칼로리 표시를 살핀다. 두부 한 모(45㎉)와 당근 6개를 샀다. 두부는 오늘 저녁 대신, 그리고 고구마는 내일 아침, 저녁 대용이다.
집에서 두부 한 모를 처리하고 나니 어머니가 곱게 깎은 사과(98kcal/100g)와 배(50kcal/100g)를 후식으로 내놓는다. 과일 역시 ‘다이어터’들의 편은 아니다. 방심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엄마에게 외친다. “엄마 노 땡스”
11시, 불을 끄고 누웠다. 갑자기 배에서 꼬르록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살빠지는 소리다. 왠지 뿌듯해졌다.
불현듯, 머릿속에서 “끊임 없이 움직여라”라는 목소리가 들리 시작한다. 성현의 말씀이었던가. 헬스트레이너의 말씀이었던가. 피곤한 몸을 움직여 기어이 하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다리를 허공에 꽃고, 자전거를 타듯 열심히 굴리는 동작이다. 30분 쯤 했을까. 처음이라 욱신거리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졌다. 헬스 트레이너가 30분을 하면 190kcal가 소모된다고 했다.
이 씨는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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