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을 작년보다 84% 늘린 보통주 1주당 1만3800원, 우선주 1주당 1만3850원으로 결정했다. 주총장에서는 배당금이 적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올해 주총시즌에서 그나마 삼성전자처럼 배당을 늘린 기업은 극소수다. 무배당기업도 수두룩했다. 이날 주총을 연 LG이노텍과 현대비앤지스틸 등은 무배당을 결정됐다. 삼성SDS 주총장에서는 배당금을 올리는 안건이 부결됐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유독 배당에 인색하다. 현대차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를 밑돈다. 기업들은 대부분의 이익을 분배하기보다는 재투자로 성장률을 올리는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투자자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 기업들의 태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배려하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쥐꼬리’ 배당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당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와 맞닿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주가는 장기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다. 성장성이 한풀 꺾이자 배당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저금리도 한 몫했다. 은행 정기예금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서 배당금은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됐다. 투자자들의 고령화도 주된 원인이다. 투자자들이 늙어가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커진 것이다. 연초 이후 우선주와 배당주에 대한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투자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투자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기업들도 이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배당률을 높인다면 기업과 주식에 대한 투자수요가 확대돼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배당하면서 주주가치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배당은 주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고배당 정책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 주가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경우는 장기적인 이익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고배당으로 투자한 주주들의 소득이 증가한 만큼 소비가 활성화돼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선순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투자자의 배당 요구는 대세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면서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최저 수준인 와중에 계속되는 이익 감소로 기업 입장에서는 저배당의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 연구원은 “이익의 주주 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 입장에서도 출자 기업의 배당 증가를 통한 세외 수입 증대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배당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직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장기성장을 위해 이익금을 돌려주기 보다는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도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예를 들면서 아직까지는 투자에 전력을 다할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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