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한국남자들 절반은 성매매충. 글로벌 국제망신시키는 XX들”, “한남충 성욕과 (성기) 크기는 반비례?”…
여성 혐오와 관련된 한 뉴스의 포털사이트 댓글. 낯 뜨거운 남성 혐오 언어들이 댓글 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엄청난 추천수는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몰려와 동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뭐든지 벌레(蟲)로 만들어 버리는 혐오 문화가 한국 사회에 횡행하는 가운데,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서 확산된 여성 혐오(여혐)에 대한 반발로 남성 혐오(남혐)가 고개를 들고 있다. 참다 못한 여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대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온라인 연대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이들은 남성들의 ‘여혐’(女嫌) 언어를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주는 미러링(mirroing) 전략을 택하고 있다. ‘김치녀’에 대응한 ‘김치남’을 넘어 ‘한남충’(벌레같은 한국남자)을, 한국 여자들은 3일에 한번씩 맞아야 한다는 ‘삼일한’에 대응한 ‘삼초한’(한국 남자들은 3초에 한번씩 맞아야 한다)을 만들었다.
성별만 바꿔 ‘남혐’(男嫌)을 온라인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이 단순 ‘남혐’이 아닌 ‘여혐혐’(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을 실천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여성혐오가 없어지는 날까지 행동한다”는 인터넷 사이트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갈리아란 중동호흡기증흐군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합성어다. ‘이갈리아’는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남녀 성역할이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말한다. 이 책은 대표적인 여성학 입문서로 꼽힌다.
메갈리아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6월 메르스 사태가 유행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홍콩행 비행기에서 메르스 확진자와 동승했으나 격리를 거부한 한국 여성들에 대해 여성 혐오성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를 본 메갈리아 운영진은 ‘만약 메르스의 최초 유포자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서 이같은 이름을 만들었다.
메갈리아는 특히 온라인 여성 혐오의 중심에 있는 ‘일베’의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상대의 언행을 거울처럼 따라 하며 만연한 여성혐오 정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의 ‘남혐’은 ‘네가 말한 것을 네 스스로 한번 생각해봐라’는 식의 반발이기 때문에 일베의 여성 혐오 정서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그럼에도 의도와 달리 일베와 똑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혐오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러링 전략이 건강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또한 한국사회의 남녀 혐오라고 하는 것은 사실 본질적으로 성별과는 관계없이 ‘무지하거나 미개한 것’에 대한 혐오 정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