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화 정국 속 여야 ‘선진화법 개정’ 의견…속내는 천양지차 - 野 “예산안 자동부의 없애야” 與 “쟁점 법안 처리 기준 완화”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으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자 여야 모두에서 국회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제까지 선진화법 개정은 여당의 주장일 뿐이었으나 교과서 논란으로 야당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나온다. 교과서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예산 심사를 무기로 쥐고 싶은데도 선진화법 ‘자동부의’ 조항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다.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 주요 법안을 처리 할 수 없어 국정과제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점이 애로다. 같은 꿈을 꾸지만 속내는 전혀 다른 셈이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발해 ‘범국민 불복종운동’까지 선언하며 강경태세를 이어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국회 내 24시간 농성은 이번주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5일 “농성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다. 주 내로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저녁 서울 종로에서 열리는 국정화 저지 문화제를 끝으로 일단은 국회에 복귀해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원내투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야당이 생각보다 빨리 국회로 돌아온 이유의 8할은 예산안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오는 30일까지 예결위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 원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예산 심사 데드라인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해도 시간은 흘러가니 결국 정부 좋은 일만 시켜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여당에서는 선진화법이 야당의 무기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예산안만 보더라도 결국 야당이 시간에 쫓겨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예산 처리를 볼모로 현안에 대해 여당과 논의하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을 수 있었지만 선진화법으로 협상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여당도 선진화법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수년째 벽에 가로 막혀 있는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배경이 선진화법에 있다고 보고 있다. 선진화법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3 이상(180석) 동의를 얻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은 선진화법이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고,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법도 국회 통과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국회의 입법권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해 9월 선진화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지난 1월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개정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여야의 ‘동상이몽’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같은 법 내에서도 서로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데다, 선진화법이 지난해 처음 적용돼 여야의 무력 충돌을 막는 완충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일부 개선이 필요한 내용들이 있지만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정은 아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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