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실제로 계좌에 돈이 꼬박꼬박 들어왔으니 프로모션이란 말도 별 의심 없이 믿었던 거죠. 일일이 은행 창구나 ATM에서 잔액을 확인하기 귀찮아하시는 어르신들은 문자메시지를 편하게 생각했고요.” (조희팔 피해자 가족 A씨)
희대의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58)이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CH 수법’이었다.
CH 수법은 2조원대 사기범 주수도 JU그룹 회장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유사수신 사기의 꽃이지만, 국내에서 이 수법을 써서 성공한 것은 조씨가 유일하다.
26일 조희팔 피해자 지원단체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에 따르면, CH(Cash)는 조희팔 일당이 의료기기 대여업 투자자에게 배당금 잔액을 통보해준 일종의 가상계좌를 가리킨다.
지난 2008년 경찰이 자신을 향한 수사망을 좁혀오자 위기감을 느낀 조씨는 그해 12월 10일 중국으로 도주하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불꽃놀이’를 기획한다.
그는 2008년 7월부터 부장급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프로모션 기간’에 들어간다면서 CH 제도를 시행했다.
배당금을 바로 투자자의 계좌로 이체하는 대신, 의료기기 대수와 배당금, 잔액 등을 매일 오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제도였다.
투자자는 문자메시지로 잔액을 확인하고 최소 220만원 단위로 투자금을 늘릴 수 있었다.
조씨 일당은 CH 제도가 법인세 감면 목적이라면서 조만간 당일 현금 출금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신청서를 작성하면 바로 다음날 돈을 이체시켜 불안을 느끼지 않게 했다.
조희팔 일당이 2004년부터 장기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며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들의 배당금 인출을 최소화해 2008년 11월까지 4개월 간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바실련 관계자는 “장기간 막대한 현금이 오가면 금융감독원이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검경에 수사 요청할 수 있어 CH 수법을 활용했다”면서 “자신들을 믿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철저히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조희팔 일당이 CH 수법을 동원함으로써 피해액은 8조∼10조원으로 불어났다고 바실련은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한 전국 49개 센터 중 가장 매출이 적은 곳도 하루 50억∼100억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실련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희팔 가족이나 최측근 강태용(54) 등 제3자에 대해서도 재산 추징이 가능하도록 한 제3자 은닉재산 추징법(바실련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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