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지난 9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 회사원 이모(31ㆍ서울 은평구)씨는 사흘간 렌터카 업체에서 K9 차량을 대여했다. 이씨의 원래 소유 차종은 소형차. 업체에는 소형차가 남아 있지 않았다. 사흘간 난생처음 ‘큰 차’를 몬 이씨는 그러나 “초행이라 도로 환경이 무척 낯설었는데 평소 운전하던 차보다 더 커서 사고가 날까 내내 불안했다”고 했다.
주말과 행락철에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렌터카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낯선 주행경로와 평소 차량과 조작법이 다르다는 점 등이 렌터카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사고율을 낮추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렌터카는 약 14만대. 등록 대수 기준 연평균 13%(2010년∼2014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사고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30일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2010년 렌터카 교통사고는 4169건(사망 77명 부상 7256명) 발생했는데, 2014년에는 5639건(사망 91명, 부상 9644명)으로 4년 만에 35.2%나 늘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 지역에 사고가 빈번하다. 지난 8월 제주시에선 관광객이 운전하는 렌터카가 경운기를 들이받아 이에 탑승하고 있던 70대 노인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도로변에 설치된 교통표지판과 충돌해 렌터카 운전자 A(62)씨가 숨진 사고도 있었고, 지난달엔 비자림로 도로에서 렌터카와 승용차가 충돌해 어린이 등 모두 6명이 골절 등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 지역 렌터카 교통사고는 2012년 334건, 2013년 394건, 2014년 393건 등으로 하루 평균 1건씩 발생하고 있다. 사상자도 2012년 571명(사망 9명 부상 562명)에서 2014년 693명(사망 3명 부상 690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렌터카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들은 낯선 운전 환경이 운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명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이 렌터카 운전 경험자 300명을 조사한 ‘대여자동차 안전관리 개선방연 연구’ 보고서를 보면, 10명 중 8명(75.6%)은 ‘평소 운전하는 차종보다 큰 차량을 빌렸을 경우 운전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반면 대여 시 업체에서 자동차 조작법 안내를 받아 만족한다는 응답은 12.7%에 불과해 조작법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운전 중 들뜬 심리상태(52.7%), 익숙지 않은 주행경로와 교통상황(52.7%)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운전자들은 답했다.
김 연구원은 렌터카 운전 중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능숙한 운전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본인 소유 차종과 같은 차종을 렌트할 경우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본인 소유 차량보다 큰 차종을 대여해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다소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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