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지웅ㆍ강승연 기자]‘쇠파이프, 횃불, 밧줄, 보도블록….’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의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정면충돌하는 과정에서 각종 과격 도구들을 사용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물리적 충돌이 빈번한 후진적 시위문화가 근절되고 민주적ㆍ평화적 시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폭력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불러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강대강’ 대치의 촉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권력 무력화 시도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엄정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은 시위 격화시 주지사의 명령에 의해 주방위군이 투입되고 있다.

동시에 경찰도 보다 정교한 진압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원칙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차를 부수는 등 행위는 명백한 범법 행위“라며 ”기본적으로 일단 폭력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는 전 세계 공통 가치이며, 자신들이 약속한 법질서를 지키고 나서 공권력의 부당함을 지적하는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밧줄 등을 동원해 경찰 차벽을 끌어낸 측면 등에서 이번 시위만큼은 처음부터 폭력적인 시위를 하려는 의도와 준비가 있었던게 아닌가 본다”며 “이번처럼 폭력으로 시위를 하면 본래 목적과 명분에 대한 관심보단 집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혐오감을 크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나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행진이 막히자 일부흥분한 참가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시위대는 길가에 놓인 공사용 구조물을 해체해 얻은 쇠파이프로 차벽으로 이용된 경찰 버스의 창문을 때려 부수고 준비한 밧줄을 바퀴와 창틀 등에 묶어 차량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끌어낸 버스가 4대가량 됐다. 시위대는 경찰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차벽 트럭을 흔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을 빼내 경찰 버스와 경찰관들을 향해 던지는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급기야 시위가 막바지에 달한 오후 9시 40분께에는 약 40∼50명이 횃불을 들고 경찰 차벽 앞에 줄지어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근 열린 집회·시위에서 횃불이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노동절집회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횃불을 든 사례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신원 불명의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의 주유구에 불이 붙은 신문지를 꽂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행히 신문지가 땅에 떨어져 버스에 옮겨 붙진 않았지만 자칫 버스 폭발로 수십명의 인명피해를 일으킬 뻔했다.

정부는 이번 시위를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지난 15일 긴급담화를 통해 “‘불법필벌’(不法必罰)의 원칙에 따라 빠짐없이 신속하고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ㆍ경은 지난 주말 연행해온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와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불법ㆍ폭력 행위 주도자를 가려내고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지난 5월 세월호 추모 집회의 경우에도 정부는 엄단 원칙을 지켰다.

한편 검찰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구성한 53개 단체 가운데 19개 단체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통진당 강제해산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 가입해 있었던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