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 스무 살 연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예술재단 기획실장과 가난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치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그린 JTBC 월화드라마 ‘밀회’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가 호흡을 맞춰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엔 숨은 주인공이 있다. 피아노가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자리한 만큼 유아인의 감성적인 클래식 연주와 방송 전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무려 40만 조회수를 기록해온 ‘밀회’ 속 김희애와 유아인의 피아노 연주가 그렇다.
18일 방송분을 통해 공개될 두 사람의 피아도 듀오는 드라마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신분과 나이, 사회통념을 뛰어넘은 부적절한 사랑을 그려갈 ‘밀회’는 겉보기엔 ‘불륜드라마’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써내려갈 매시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마흔 살 오혜원은 가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대학에 입학했고,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해, 적절한 시기에 결혼하며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자신의 삶의 과정에 놓인 무수히 많은 선택지 앞에서 타인의 시선에 많은 비중을 두며 살아온 한 여자의 삶은 그녀 앞에 나타난 스무살 청년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으로 드라마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첫 만남에서 혜원과 선재가 연주하게 될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환상곡(Schubert Fantasy in F minor D.940)’은 두 사람의 교감이 이뤄진 첫 번째 피아노곡이다.
‘밀회’의 채선미 제작 PD는 “김희애 유아인이 처음으로 함께 연주할 이 곡은 정성주 작가께서 기획 단계부터 결정해놓은 곡이었다”며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김희애와 유아인은 이 곡을 통해 음악적인 교감을 넘어 서로의 감정이 최극단까지 끓어오르는 과정을 만난다.
채 PD는 “피아노곡을 들으면 어떤 연주자의 곡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정 작가께서 작품 구상 단계부터 슈베르트 판타지를 염두했다”며 “안판석 감독님은 음악 총괄을 맡은 김소형 피아니스트와 유아인의 대역인 송영민 피아니스트에게 이 신의 촬영을 위해 정사장면을 묘사하는 느낌을 담자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면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와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피아노를 연주하는 배우들의 감정표현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은 단시간 내에 거둔 성과라고 보기엔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고, 두 사람 사이엔 연주 도중 손가락이 한 번 스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스킨십도 등장하지 않지만 마치 길고 애틋한 사랑에 빠진 남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토해내고 있다. 심지어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곡이 배우들의 실제연주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손가락 사용법과 연주 자세를 연기했다. 물론 소리는 김소형 송영민 피아니스트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은 실제 두 배우의 것이다.
김희애 유아인의 노력 뒤에는 바로 김소형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김소형 피아니스트는 드라마에 삽입되는 모든 곡을 배우들이 직접 보고 연습할 수 있도록 몸의 움직임과 세세한 디테일을 담은 연주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전달했고, 특히 피아니스트 역할인 유아인은 이 영상을 통해 “건반을 짚는 손가락과 자세, 음이 올라가면 몸이 움츠려들거나 얼굴로 몰입도가 전달되는 감정표현까지 세세하게 살려냈다”는 것이 채 PD의 설명이다.
두 사람은 2회 방송분을 통해 함께 한 피아노 연주를 계기로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안판석 PD “스무살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사랑은 겉으로는 아주 단순하지만,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안전장치 안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며 “무리없이 살아온 혜원이 지탄받을 일을 맞닥뜨리며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은 18일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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