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저는 30년을 이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서명석 동양증권 사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동양’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자랑스럽지 않게 됐다. 한국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점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동양증권은 지난 18일 대표이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대만 유안타(元大) 증권으로의 매각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갖는 공식 자리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서 사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1시간여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는 동양사태 이후 동양증권의 지난 6개월과 유안타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하는 앞으로에 대해 막힘없이 털어놨다.
눈물을 흘린 것은 막바지. 동양증권의 이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동양증권에 대한 신뢰는 단 몇 개월만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함께 일하던 임원들을 내보내면서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안타를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동양증권이 심기일전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 사장은 힘줘 말했다.
1986년 대졸 공채 1기로 동양증권에 입사한 그에게 지난 6개월은 다시 태어나기 위한 큰 아픔이었다.
대만에 건너가서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당시에도 ‘울컥’할까봐 허벅지를 꼬집었다고 한다. 작년 10월 31일 대만으로 출국하기 직전만 해도 시장 안팎에서 동양증권의 해외 조기매각은 상상할 수 없었다. 서 사장은 회사 밖 사무실에서 몰래 준비에 나섰다. 잠은 매일 1시간여 쪽잠이 전부였다.
그렇게 준비해 간 유안타에서의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은 그가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유안타 경영진은 동양증권에 갖가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인사와 재무, 기획조정 등 동양증권의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기 때문에 서 사장은 동양증권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유안타 측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모든 답변은 가감 없이 이뤄졌다.
실제 유안타는 3주간의 실사 과정에서 서 사장의 발표 가운데 ‘거짓’이 없다는 부분에 점수를 더 준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에 대한 서 사장의 강한 확신도 매각을 성사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그는 동양증권 인수를 반대하는 유안타의 경영진을 향해 “결국 동양증권을 사게 될 것이고, 혹시 (인수에) 나서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한국 시장을 놓친 데 대한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나는 반드시 이 회사를 살려내고 우리는 살아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했다.
피 말리는 6개월이 지나고 결국 동양증권은 유안타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생존 이후 진검승부는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는 때 시작될 것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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