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YS와 DJ. 두 명의 큰 정치인이 모두 떠났다. 혹자는 ‘영웅은 난세가 있었기에 탄생이 가능하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아무나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웅은 스스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다. 195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우리 사회가 YS와 DJ의 존재감을 남길 수 있었던 시기였음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기에 그런 존재감이 가능했다.두 사람은 국가와 개인에게 닥쳐진 위기에서 주저하지 않았다. 일부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더 큰 명분과 이익을 위해서 통 큰 행보를 했다. 어떠한 일이든 리스크가 있는 법이다. YS와 DJ에게도 역시 매번 리스크가 있었지만, 충분한 명분과 거시적 이익을 위해서 손해에 연연하지 않고 큰 정치와 굵직한 결정을 했다. 또한 그런 결정에 좌고우면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신속하고 명쾌한 결정으로 대부분의 이슈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의 큰 정치를 생각해보며, 지금의 정치를 돌아보자. 특히 10년 가까이 지리멸렬함을 보여주고 있는 야권 정치를 살펴보자. 지금 야권에는 당 대표 급이든, 대선 후보 급이든, 다선 및 중진이든, 초선이나 신인 급 정치인이든 가리지 않고 손해만 걱정한다. 리스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관리형 기업 대표처럼 말이다.고 정주형 회장처럼 큰 이익과 업적을 위해서 리스크 정도는 감내하고 밀어붙였던 진취적 기업가도 얼마든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벌어 놓은 자산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대권을 거머쥔 후라면 모르겠지만, 2~3년에 한 번 씩 돌아오는 권력을 놓고 다투는 큰 정치적 일정(선거)을 두고서는 그럴 틈이 없다. 특히, 2008년 이후로 야당이 된 입장에서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다.그런데 야당은 리스크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의 경우에도 손해가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야권 내에서 형성된 일부 권력을 유지 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이것이 야권 내 기득권이 돼버렸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계파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에나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친노 계파는 자신들 공천권과 야권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휘두른 협소한 정치 때문에 2012년 총선과 대선 두 번의 큰 판을 날려먹었다.현재도 친노 세력의 공천권과 야당 내 기득권을 위해서 선거 승리라는 대국적인 큰 이익을 뒤로 하고 있으며, 당권에 연연해하고 있다. 혁신위니 ‘문안박’ 연대니 하는 꼼수 정치로 연명만 하려 한다. 친노 세력의 기득권이 깨질지 모르는 리스크 때문에 야권승리와 정권교체라는 큰 이익을 뒤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대표는 재보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잠시 한 발 물러나는 전략적 후퇴를 해서, 통 큰 정치를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안철수 전 대표도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어느 정도의 손해 때문에 승리와 큰 이익이 있는 것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됐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자신이 정치판을 재편하고 야권 내에서 확실한 존재로 남길 수 있는 굵고 큰 정치를 하려는 것보다, 그런 모험에 따르는 자잘한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싫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가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만들고 만다. 안 전 대표가 직접 영입했거나 그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렸고 떠나게 했다. 손해가 싫어서 단행한 결정이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된 꼴이다. ‘문안박’ 연대에 대한 입장도 그리 고민을 하며 의견을 들을 일인지 모르겠다. YS는 그에게 평생 따라붙을 비판을 감내하고 3당 합당을 결행했다. DJ는 박정희 정권의 회유에 목숨을 건 결정을 내렸으며, 정계은퇴 번복에 따른 비난을 감내하고 자신의 길을 갔다.안 전 대표가 당 내에서 자신의 독자적 계파도 만들고 측근들 공천권을 확보하면서, 통합 명분을 만들어 보겠다면 손해를 생각하지 말고 ‘문안박’ 연대에 시원하고 흔쾌히 합류하면 된다. 반면, 자신이 비노 세력에 대장이 되면서 뭔가를 크게 주도하며 개혁을 해보겠다고 한다면 고민 말고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자신의 행보를 하면 된다. 친노 세력의 비난정도는 감수하고 말이다. 지금은 결단력이 부족해 보이는 정치인의 인상만 주고 있다.특정 정치인을 떠나, 야당 전체를 보면 어떤 사항이든 결정하기 전에 매번 역풍을 걱정한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는 꼴이다. 그러다보니 기껏해야 SNS에서 재재거리기만 한다. SNS 상에서 국회의원인지 코미디언인지 모를 퍼포먼스나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야당 정치인이다. 뭔가 주도하려니 리스크 걱정에 할 것이 없고 소셜 미디어에서 떠드는 것만 한다. 정작 그러한 행동이 야당 정치인에게 가장 큰 리스크인데 말이다.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얘기한 청년 정치인들의 도전도 비슷한 맥락의 얘기이다. 일단 돈이 들고 현실적 어려움도 있어 보이며 경선은 물론 본선 승리에 대한 계산에서 답이 나오지 않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나이가 40대 이상인 꽤나 많은 정치신인들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들 중에선 자금이 넉넉한 사람이 많지 않다. 경선 규칙도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나 안심번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이만 중년이나 장년 세대이지 자금이 없기는 청년 세대와 마찬가지이고 현실적 어려움도 비슷하다. 본선은 물론 경선에서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도 다를 것이 없다. 청년이나 중년이나 대한민국 시스템과 야당 기득권 및 장벽으로 인해서 유리한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선배세대는 도전하고 있다. 여러 어려움들에 의해 그냥 주저하고 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위치에 계속 연연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지난 정의당 전당대회에서 ‘조성주’라는 30대의 젊은 정치인이 당대표 선거에 나왔었다. 그의 도전은 돈이 많아서도 장벽이 없어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서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풍족한 물량공세를 못했고 기존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힘들게 싸웠으며 당선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진보세력에게 분명한 의미를 던져주었으며,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행보를 그려나가며 차세대 정치인이 돼가고 있다. 물론 정치인이 매번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의 고집대로만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손해가 명분과 이득보다 훨씬 크다면 굳이 감수할 필요도 없다. 허나 그것도 그럴 만큼 인지도가 높고 잘 알려진 정치인에게서나 해당되는 얘기이다. 청년이나 정치신인들이 기존 기성정치인들보다 더 크게 잃을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키는 입장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이라면 예상되는 손해의 득실은 뒤로하고 선제공격을 하며 계속 먼저 질러가야 한다.토론이나 연구, 현실적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 등...다 좋다. 그렇게 모여서 얘기만 하다가 언제 도전하고 권력을 쟁취하겠는가? 그러다가 젊은 시절과 도전할 시기까지 모두 지나간다. 스스로 만들지 못할 기회라면 누군가 거저 던져줄 거라고 기대도 말자. 알아서 만들지 못하는데 누가 그 것을 일부러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주겠나?"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사람에게 돌아간다.“‘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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