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 9일 중앙亞 방문 일정 마치고 4일 귀국 -정치 현안 소신 답변…‘역할론’엔 즉답 피해 -통일문제로 정계복귀 시동…DJ복귀 행보와 유사
[헤럴드경제(영종도)=박수진 기자] ‘손학규’가 달라졌다. 지난 해 7월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정치권 현안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어왔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8박 9일의 중앙아시아 방문을 마치고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 돼선 안 된다”며 현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손학규 역할론’에 대해서는 “상관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으나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진 않았다. ‘손학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무게를 싣는 행보다.
▶정치 현안에 소신 답변…‘역할론’엔 즉답 피해=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4일 오전 카자흐스탄발 아시아나 OZ578편을 타고 7시 36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손 전 고문은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적극 임했다. 취재를 한사코 거절하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손 전 고문은 최근 정치권에 대한 조언을 요구하는 질문에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 돼선 안된다.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역사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국가의 역할은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역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편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비판하면서도 여야 정치권이 교과서 문제를 정쟁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소신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10ㆍ28 재보선 등 잇따른 선거 패배로 당내에서 ‘손학규 역할론’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그는 “상관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즉답을 피했다.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한 질문에도 “그런 (정치적) 이야기는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아침에 일어나서 절에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외부행보 아니냐”며 취재진의 질문을 농담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강진 토담집에 언제까지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는 “강진의 산이 나보고 ‘더이상 너 지겨우니 못 있겠다. 나가버려라’고 하면 할 수 없고….”라며 의미 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곧바로 전남 강진으로 내려간다고 밝혔다. 이날 공항에는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 김병욱 사무총장 등 재단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을 뿐 지지자들이나 전현직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개혁개방 통일론’ 강조…DJ와 유사행보=손 전 고문은 이날 10여분 간 진행된 인터뷰의 절반 이상을 ‘개혁개방 통일론’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지난 달 2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키맵(KIMEP) 대학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비판한 것의 연장 선상이다.
그는 “통일 문제는 민족의 문제이지 정치, 정쟁의 문제가 아니다”며 “안정적 통일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남북간의 격차를 줄이고 이질성을 축소해 ‘소프트랜딩(Soft landing)’하는 것이야 말로 효과적인 통일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것도 손 전 고문의 이같은 개혁개방 통일론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통일문제를 거듭 강조하는 것을 두고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후 남북관계 문제를 통해 대외활동을 재개하며 정계에 복귀했던 행보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이날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의 ‘구애’는 더욱 농도가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그가) 또 다른 결심을 한다면 그것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가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시는 것은 정말 반갑고 기다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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