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답습 안 하려면…전문가 제언 내년성장률 2%대…저성장 구조 못벗어나 성장률에만 목매다간 일본 전철 밟을 것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저성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연금 및 노동 분야 구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함께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마저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3%대의 경제성장률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경제기관들도 잇따라 내년 한국 성장률을 2%대로 하향조정하면서 앞으로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이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한다. 일본처럼 성장률에 목을 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돈을 풀기 위해 국가 부채를 늘렸다가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면서 노동 공급도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마저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며 “성장률을 높이려고 확장적 통화, 재정정책을 고수한다면 국가 빚만 늘어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면서 한계기업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영업해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한계기업을 이대로 두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금융불안만 커질 수 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계기업의 상황은 더 열악해 져 미리 대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저리 대출 등 금융지원으로 한계기업을 양산해 오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며 “대출에 의존하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생산성과 경쟁력 있는 기업은 지원해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층이 줄고,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인구구조로 인해 연금 재정에 쌓이는 돈보다 나가야 되는 돈이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향후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의 뼈를 깎는 연금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 고령화와 노동 생산력 감소에 대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일본 기업의 경우 장기불황 속에서도 구조개혁보다 값싼 비정규직 근로자 활용만 늘리면서 전체 일본 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고, 잠재성장 능력도 약화됐다”며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연금 재정 고갈과 생산력 감소에 대비하려면 강도 높은 연금,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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