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23년만에 은행업을 영위하게 된 두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출현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인터넷은행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한 대출을 시작하게 되면 기존 은행권에 회의를 느낀 금융소비자들의 이동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존 은행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모바일플랫폼을 구축, 중금리대출에 나서고 있고, P2P(Peer to Peerㆍ개인 간) 대출도 점차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업체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중금리대출시장 활성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카카오뱅크는 주주로 참여한 SGI서울보증을 통해 초기 위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중금리 대출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옾 또 다른 주주인 이베이(G마켓, 옥션)가 오픈마켓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 이 고객정보의 거래내역, 소비패턴 분석, 행동분석 등을 분석하면 새로운 신용등급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최대 100등급까지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다.

KT가 주축인 K뱅크는 기존 은행의 신용등급에 KT가 갖춘 통신비 체납 기록, PG사ㆍVAN사 등을 통한 오프라인 거래 기록을 분석해 신뢰도 높은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K뱅크 측은 “신용대출이 전체의 절반, 중금리 신용대출이 3분의 1가량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경쟁자를 맞게 된 기존 은행들은 서둘러 오프라인 대출보다 절차를 간소화한 금리 연 5∼9% 모바일 기반 대출로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5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선보인데 신한은행이 내달 2일 모바일 플랫폼인 ‘써니뱅크’를 선보인다. 써니뱅크는 고객 대상 설문조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대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신한은행은 정맥인식 인증을 도입한 무인점포 키오스크를 다음달 선보이며, 2일에는 시연회를 개최한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초 캐나다에서 먼저 내놓은 ‘원큐뱅킹(1Q뱅킹)’의 국내버전을 이르면 내년 1월 중 출시한다. KEB하나은행의 모바일 어플인 N월렛을 업그레이드해 모바일 플랫폼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한국판 원큐뱅킹에 중금리 대출 상품 탑재 등을 구상 중이다.

NH농협은행은 개인고객 대상의 스마트금융센터와 기업고객 대상의 오픈 플랫폼을 통합한 NH디지털뱅크를 내달 말께 선보일 예정이다. 모바일 뿐 아니라 인터넷뱅킹 플랫폼을 정비하는 차원이지만 앱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이용할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와 별도로 농협캐피탈과 연계해 신용등급 7등급 부근의 고객에 10% 미만의 금리로 대출을 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를 계획이다. 농협캐피탈이 보증을 서고 농협은행이 대출을 집행해 검증되지 않은 부실률에 대한 위험을 낮췄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P2P대출중개회사들의 약진도 심상치 않다. P2P대출중개회사들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회사다. 온라인을 통한 금융 직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 대출자들은 더 낮은 이자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중개회사는 소정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신용도 6∼10등급이 주로 이용하며 이자는 연 5%대에서 15%대다. 2013년 36억4000만원(442건)이었던 실적이 올해 상반기 52억6000만원(336건)으로 늘었다.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에 따르면 상위 2개사(8퍼센트, 렌딧)의 누적 대출실적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중금리대출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국내 대출시장에서 중신용자(5~6등급) 비중이 높아 자금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5~6등급의 중신용 계층 비중은 27.6%로 1~2등급(36.5%) 다음으로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시장의 29.4%에 달한다. 중금리대출은 과거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의 영역이었으나 이들이 연 20% 안팎의 고금리 영업에 몰두하면서 그 틈새를 은행과 P2P 대출업체가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이 성과를 내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여타 금융업권에서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 대한 영업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봤다.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독자적으로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평판리스크에 노출되거나 해당부문의 건전성 악화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금리대출 확대 시 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데 이는 타업권에 비해 낮은 조달금리가 소요되는 은행이 고금리 영업을 한다는 비판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수석 연구원은 “은행권이 중금리시장 안착을 위해선 타 업권과의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