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同心之言其臭如蘭(동심지언기취여란).’ 역경(易經)에 나오는 이 말은 마음을 함께 하는 말을 주고 받는 사이는, 난초 냄새와 같은 우정이라는 뜻이다.

‘芝蘭之交(지란지교)’는 난초 처럼 향기로운 사귐, 淡水之交(담수지교)는 맑은 물처럼 담박하고 변함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모두 고상한 우정을 가르킨다.

연말이 되어서야 망년회를 통해 어릴 적 죽마고우, 허물없이 지내던 막역지우, 나이를 잊고 친구처럼 교유하던 망년지우를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의 숙명이다.

친구의 소중함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머니는 “나를 팔아 친구를 사라”고 하셨다.

현인들의 가르침 속에 친구는 고귀하고 숭고한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런 친구도 있다. 19세기초 한자를 한글로 표기하는 기틀을 세운 조선 최고 언어학자 유희(柳僖)와 시인 박기순(朴基淳) 간의 우정이다.

유희는 겨드랑 냄새가 심한 것이 늘 고민이었다. 사람들이 피하는 바람에 마을에 머물 곳이 없었다고 자신의 문집 ‘문통(文通)’에 적었다.

그는 영남으로 떠나는 친구 박기순을 배웅한 뒤 남긴 글에서 소소해 보이는 대화이지만 크게 감격했음을 감추지 않는다. 유희가 ‘자넨 날 버리지 않으니, 혹 감정을 잊어버렸나’라고 물었더니 박기순은 ‘자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냄새가 좋아서라네. 자네에게 냄새가 없으면 볼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문통’을 번역해 소개한 장유승 단국대 연구원은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릴지라도, 친구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를 알아주는 벗이 진정한 친구’라고들 하는데 역한 냄새 나는 나를 알아주는 정은 난초향 같은 우정 보다 더 숭고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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