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흔히들 강북 재개발, 강남 재건축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재개발은 기존 건축물을 모두 철거하고 터만 남겨 완전히 새로운 건물과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반면 재건축은 기존 터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기존 건축물을 대체할 새로운 건축물을 신축하는 사업입니다.
강북 지역은 대부분 구도심 지역으로 노후된 주택과 계획되지 않은 채 자연적으로 생겨난 꼬불꼬불한 도로 등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전면철거 후 개발하는 재개발 방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강남 지역은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은 이미 갖춰져 있고 거기에 노후된 아파트만 다시 지으면 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더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도 때문에 강북 지역의 불만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구도심 강북 지역은 1차로 강남에 비해 저평가되면서 강남은 부동산 급등, 강북은 침체돼 손해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시 개발하려고 하니 또 강남은 재건축으로 높은 수익을, 강북은 재개발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겁니다.
강북의 재개발은 도로나 공원 등 공공 기반시설을 조합원 부담 원칙으로 지어야 해 사업성이 극히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강남 재건축 구역에서는 이미 구축된 공공 기반시설의 혜택을 누리게 돼 사업성이 강북보다 더 높게 나옵니다. 강북에서는 2중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강북도 강남처럼 바뀐다’는 뉴타운사업의 구호에 가슴 설렜던 강북 주민들은 요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북 재개발을 뉴타운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쓰는 이유는 뉴타운의 의미가 재개발 구역 여러 개를 한데 묶어서 같이 개발하는 광역 재개발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애초 그들은 강북을 강남처럼 멋지게 개발하기만 하면 강남 부럽지 않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뉴타운사업이 대부분 정체되면서 김이 빠져 기대감이 반감된데다 높은 공공 기반시설 부담금 때문에 사업성이 나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재개발의 사업성이 재건축보다 더 나쁜 이유 중 하나는 재개발의 경우, 사업비에 도로나 공원 등 공공 기반시설 인프라를 조성하는 비용이 포함돼 있는 가운데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초 뉴타운 주민들은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 인프라는 시나 구청에서 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해보니 도로나 공원 만드는 비용을 모두 뉴타운 주민들이 부담하도록 돼 있었던 겁니다.
반면 강남 재건축 구역에서는 도로나 공원 등 공공 기반시설은 훌륭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에 기존 집을 허물고 새 집만 잘 지으면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북 사람들은 1차로 강남에 비해 부동산이 저평가된 것도 억울한데 2차로 개발을 하려고 해도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보다 강북 재개발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 커 이중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겁니다.
실제로 강북권 뉴타운 사업에서 조합원들은 도로나 공원 등 공공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자기 자산의 35~40%를 투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 5만㎡의 부지 개발에서 1만7000㎡ 가량을 공공 부지로 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뉴타운 조합원들은 상상 이상의 추가분담금을 내게 됩니다.
반면,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서는 공공 기반시설 조성 비용으로 자기 자산의 약 10% 가량을 내놓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북권 재개발보다 훨씬 손해를 적게 보는 겁니다.
뉴타운 사업성이 악화돼 장기 정체가 불가피한 가운데 숨통이 막힌 강북 뉴타운 조합원들 사이에 “기부채납률을 30%대에서 20%대로라도 낮춰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장 기부채납률 10%만 낮춰줘도 사업성이 생기는 강북 재개발 구역들이 많다”며 정부와 시, 구청에 볼 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도가도 못하는 뉴타운 사업의 해결책 중 하나가 기부채납률을 줄여주는 거라는 겁니다. 이 방법은 전체 조합원 중 50%가 뉴타운 해제동의서를 제출해 뉴타운을 해제하는 현재의 해결책보다 온건한 방식이라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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