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SPP조선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기업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조정 탓에 3000억원의 매출을 날렸다. 연간 매출(8000~9000억원)의 3분의 1을 날린 셈이다.

정부가 옥석가리기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기업 중심의 자금지원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의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중인 SPP조선은 최근 유조선 8척을 수주했지만 채권단(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SGI서울보증보험)의 환급보증서(RG)발급 거부로 수주가 취소됐다. 총 3080억원을 매출을 날린 것이다. 이는 현재 SPP조선이 유일하게 가동 중인 사천조선소의 연간 매출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수주를 받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RG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주가 선박 주문시 선수금을 지불하는데 조선업체로부터 선박을 인도받지 못했을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회수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선수금을 대신 주겠다는 보증이 바로 RG다.

SPP조선 관계자는 “현재 취소된 8척에 대해 RG가 발급된다고 해도 재계약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내년엔 환경규제가 강화돼 선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수주가 몰렸다”면서 “향후 RG가 발급된다고 해도 수주 건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PP조선은 현재 채권단의 관리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올해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채권단 관리를 받는 조선소 중 흑자를 낸 유일한 조선업체다. 올해 3분기까지 7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채권단이 RG발급을 거부한 명목상 이유는 규정상 RG급을 위해서는 채권단의 100% 동의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민영화를 앞두고 부실채권 비율을 줄여야 하는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 부실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곳간이 빈 한국수출입은행이 RG발급에 회의적이었던 이유가 컸다.

수은 측은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만큼 책임지고 RG발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우리은행은 공동분담 조건을 내세우며 맞서왔다.

하지만 최근 RG발급 거부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시작되자 우리은행은 RG발급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반면 수출입은행의 거부는 계속됐다. 채권단 규정과 매각을 앞둔 SPP조선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도 난감한 상태일 것“이라면서 “주채권은행을 맡고있는 성동조선해양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 부실에 막대한 혈세를 지원해 안팎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만큼 SPP조선 같은 중소 조선업체까지 지원해줄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수출입은행의 올해 9월 말 현재 국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은 9.44%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10%를 밑돌았다. 올 들어서만 1.06%포인트가 하락해 은행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조선 등 주요 업종 기업에 대한 부실채권이 늘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채권단은 이번 주 중 채권단 회의를 열어 향후 수주 건에 대해서는 RG를 발급해주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도 기존의 입장을 바꿔 수익성이 있는 선박에 대해서는 RG를 발급키로 동의했다“면서 “매각을 앞두고 있는 만큼 최대한 수익성을 높여 성공적인 매각을 이뤄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전까지는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