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의상 표절’ 윤은혜(왼쪽)와 ‘음주운전’ 논란 노홍철이 사과를 했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목적어’가 빠져서. ‘시기’가 늦어서, 물의 빚은 연예인들 사과에도 법칙이 있다. [사진제공=OSEN·CJ E&M]
사과에는 ‘내용·태도·시기·책임’ 중요 ‘음주운전’ 노홍철, ‘의상표절’ 윤은혜시기 놓치고 대상 빠진 사과로 곤욕 최근 재사과에도 팬들 의심의 눈초리 ‘논문표절’ 김혜수, ‘광고논란’ 고소영 자신의 실수인정 빠른 사과 ‘반면교사’
지난해 9월 음주운전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한 노홍철이 1년 3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새 프로그램 ‘내 방의 품격’(tvN) 제작발표회다. 포토타임이 끝나자 노홍철은 마이크를 잡았다. 미리 준비해온 사과의 말을 전하는 노홍철은 적잖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떤 말로 사과를 드려도 제가 저지른 잘못이…사과의 말로는 씻기지 않을…거라는 걸…느꼈습니다.” 노홍철의 머릿속은 백지가 된 듯 보였다. 버퍼링 현상이 나왔다. 회로가 뒤엉켜 하고자 했던 말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상황이었다. 같은 말이 반복됐고, 두서 없이 이어졌다.
“제가 저지른 잘못이, 어떤 사과의 말씀으로도, 실수를 씻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껴서 방송으로, 방송 외적으로 여러분께 드린 실망감을 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지는 ‘어떤 말로도 잘못을 씻을 수 없지만 실망감을 덜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였다. 그리곤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윤은혜는 ‘디자이너 의상 표절 논란’ 이후 100일(12월 11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허리를 숙였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윤은혜가 되겠습니다.” 지난 8월 중국 동방TV ‘여신의 패션’에서 만든 의상에 표절 의혹이 일며 논란에 휩싸였다. 100일 만의 사과 역시 도마에 올랐다. 시기도 늦었으며,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핵심을 간과한, 실체 없는 말뿐인 사과였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사고를 치고, 사건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다. 사건 사고 많은 연예계에서 ‘사과’는 통과의례다. 얼굴을 비추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잘못을 저질렀다면 대중 앞에서 한 번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윤은혜의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 논란이 일었을 당시부터 윤은혜는 본인의 입장만을 앞세웠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중국 활동을 계속했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표절 논란이 불 붙은 의상으로 1등을 했다는 것을 태연히 자랑했다. 이미 윤은혜에겐 ‘괘씸죄’도 적용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윤은혜의 경우 절차적 문제들이 잘못됐다. 불편함을 제기할 상대방에게 가장 먼저 입장 표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일정을 소화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사과를 했다. 그 사과는 통상적으로 툭 던지고 마는 주체가 없는 사과였다”고 꼬집었다.
노홍철은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여전히 죄인이었다. 몇 번이나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음주운전’을 언급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포토타임 직후 노홍철이 전한 사과는 “첫 공식석상에 나서는 자리에서 하고 싶고, 해야하는 말들을 스스로가 생각한 것이었다”고 한다. 현장은 일일이 기사가 됐고, 포털사이트 연예면을 채웠다. 놀랍게도 네티즌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 대중의 실망감은 ‘기만’에 있었다. 음주운전 당시 수차례 말을 바꿨던 것이 노홍철이 방송에서 보여준 긍정적이고 건강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노홍철은 사실 지난 9월엔 MBC 추석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 하이킹’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따지고 보면 “이 프로그램이 노홍철의 ‘공식석상’”(정덕현 평론가)이었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잉여’라고 모여 해외여행을 떠난 출연자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먹고 살기 팍팍해 쌓아둔 스펙도 없는 현실의 청년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홍철은 게다가 자숙기간 동안의 생활을 프로그램에서 몇 번이고 언급했다. 방송 이후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논란이 된 연예인에게 복귀작은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잉여들의 히치 하이킹’을 선택한 것은 판단착오였다는 시각이 많다. 정덕현 평론가는 “잉여들의 이미지만 끌고 와서 대입시킨 느낌”이라며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포맷이 프로그램의 약점이었다. 노홍철은 그것을 선택해 문제를 더 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1년여 만에 돌아온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노홍철이 더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지적이다. 대중의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한 번 진심을 의심받기 시작하면 어떤 모습을 보인다 해도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정덕현 평론가)이다. 연예인에게 ‘사과의 법칙’이 중요한 이유다.
‘사과의 법칙’은 소위 ‘CAT’으로 요약된다. Contens(콘텐츠ㆍ내용), Attitude(애티튜드ㆍ태도), Timing(타이밍ㆍ시기)이다. 핵심을 파악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빠른 시일 내에 사과할 것.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책임’ 혹은 ‘약속’이 필요하다.
지난 2013년 논문표절로 논란이 불거졌던 배우 김혜수는 좋은 예다. 표절 의혹이 나온 배경,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 의혹에 대한 책임(학위 반납)을 지겠다는 결정이 여론을 돌려세웠다. 이 사과는 당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에서 나왔다.
배우 고소영 역시 ‘007 대처’로 과잉 논란을 피했다. 고소영은 지난 9월 일본계 종합금융그룹 J트러스트 브랜드와의 광고모델 계약으로 논란이 일었다. 대부업 광고였다. 논란이 일자 고소영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하루 만에 기업 광고를 해지했다. 계약금을 물어준 속전속결 대처와 배우 스스로 입장을 담은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발 빠른 대처가 사태 악화를 막은 사례였다.
정덕현 평론가는 “요즘은 사과를 말로 하는 것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식석상에서 이야기를 한다 해도 기존의 사안을 뒤집거나, 특정인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며 “당연히 사과는 해야하지만, 그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일이 벌어진 이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도 절차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밟아가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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