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 불발로 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는 생존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저유가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업종은 석유화학업계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서 만드는 에틸렌 시황의 호조로 2010년대 초반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에틸렌 호황은 고유가 시대에 중국이 적극 증설에 나섰던 CTO (coal to Olefin), MTO (Methanol to Olefin) 등의 사업이 최근의 유가하락 속에 표류하면서 에틸렌 수급균형이 깨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쓰이에 따르면 중국이 2016년까지 준공 및 가동 계획을 세워 두었던 CTO, MTO 설비 약 28여 프로젝트 중 실제로 가동 스케줄이 확정되어 있는 것은 8개에 불과하다.
석탄 또는 천연가스로부터 화학제품을 분해해내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이들 설비는 유가가 비쌀 때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저유가로 인해 사업의 수익성이 약해지자 중단했고, 새로운 공급량 증대를 예상하고 있던 시장은 실질적인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에틸렌 가격이 상승해, 현재 세계 에틸렌 설비 가동률은 90%에 달할 정도로 호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수혜를 타고 석유화학 에틸렌 생산설비(NCC)들은 나홀로 호경기를 즐기고 있다”며 “올해 석유화학사들이 호실적을 거둔데 이어 내년에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저유가가 불리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업황이 나쁘지 않다.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정유업계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5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며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는 재고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등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파는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유가보다 정제마진이 중요하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3~4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올해 들어 유가가 40달러까지 빠지는 상황에서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7~8달러대를 유지했다.
또 저유가로 인한 소비증가세가 뚜렷한 점도 정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휘발유 국내 소비량은 5억7074만 배럴로, 전년대비 4.07%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래 가장 큰 폭의 증가치다. 경유 소비도 전년 대비 11% 늘어났다.
한편 건설업과 조선업 등은 저유가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주요 해외 건설시장인 중동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에 저유가에 따른 중동시장 위축은 치명적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0억달러)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플랜트 등 산업 설비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439억63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인 234억달러로 급감했다. 또 조선업은 저유가에 따른 심해 석유 시추 시설 등의 수주가 급감하면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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