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당국이 금융시스템 개선 차원에서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중국발 악재들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무모한 대출관행을 막기위해 채권 디폴트의 일부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자국 내에 높아진 신용 위험 모니터링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회사채 시장을 감독할 새 부서를 만들 계획이다. 소식통은 “새로운 부서를 통해 디폴트 위험을 더 빨리 감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민은행은 중국 은행들이 판매하는 고수익투자상품과 연계된 리스크에 대해서도 모니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에서 사상 첫 채권 디폴트가 발생한 이후 나온 것이다. 지난 7일 태양광 업체 상하이차오르(上海超日)가 디폴트를 선언했다. 중국 역사상 기업의 첫번째 디폴트 사례다.
지난주에는 저장(浙江)성 소재 싱룬(興潤)부동산이 35억위안(약 606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특히 24일에는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소재 장쑤셔양(射陽)농촌상업은행의 한 지점에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은행이 파산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000여명의 고객이 몰려들었다. 행원들이 ”유언비어를 믿지말라“고 외쳤지만 이들은 예금을 모두 인출해갔다.
이 은행은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예금잔액이 120억위안(약 2조1000억원)인 소형은행이어서 문제가 터지더라도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예금자 사이에선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옌청에선 지난 1월에도 지역협동조합이 자금 부족으로 폐쇄된 바 있다.
중국 당국의 디폴트 허용 움직임은 시장이 디폴트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무모한 대출관행을 줄여 금융체제 개혁에 가속을 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인민은행의 판궁성(潘功勝) 부행장은 지난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체계적인 위험만 없다면 시장 동력에 의한 일부 디폴트는 허용돼야 한다”면서 “이는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고 투자자나 채권발행업체의 행태를 고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철강, 태양광 등 취약한 업종에서 디폴트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부채문제를 통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淸華)대학 세계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방정부, 기업 등 대출자에 대한 질서있는 구조조정 과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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