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개그맨 이휘재는 데뷔 23년 만에 첫 대상을 수상했지만 차마 웃지못했다. 무대 위에서의 첫 소감은 “이 프로그램을 저보다 먼저 시작한 ‘슈퍼맨’ 아이들 대표로 받는다는 걸 알고 있다. 당분간 댓글을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쌍둥이 아빠’ 이휘재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차태현이 함께 올랐던 자리에서의 수상자였다. 2015년 KBS 예능국은 많은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장수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일요예능은 1부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한결같이 일등 자리를 지켰다. MBC ‘일밤-복면가왕’이 ‘슈퍼맨’의 자리를 위협하며 동시간대 1위를 수차례 위협했지만, ‘슈퍼맨’의 아성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1박2일’이 재기에 성공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내준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대상 후보자 이경규가 수상자 발표 직전 했던 말은 사실 KBS 예능의 2015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에는 누가 받아도 도긴개긴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돌직구였다. 웃자고 던진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었다.

주중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줄줄이 대상 후보에 올랐으나 타사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았다.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는 개편 이전이나 이후나 지속적인 부침이 이어졌고, 강호동의 ‘우리동네 예체능’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대표 스포츠 예능이나 시청자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SBS ‘불타는 청춘’과 엇비슷한 수치 내에서 밀리기도 일쑤였다. 신동엽의 ‘안녕하세요’ 역시 꾸준함으로 승부하고 있으나 더이상의 화제성이라는 것이 없다. 이경규가 출연 중인 ‘나를 돌아봐’는 출연자들의 하차 번복 등 숱한 논란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으다 금요일 밤에 안착한 프로그램이다. 긍정적인 화제성과 이슈를 만들어 시청자를 사로잡은 프로그램은 연예대상 후보작 가운데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한 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온라인에선 내내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청춘 FC 헝그리일레븐’은 심지어 연예대상의 그 어떤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다.

그 어느 해보다 성과가 저조했으나, 일요예능 만큼은 꾸준한 성과를 내준 상황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자는 이휘재, 차태현으로 압축됐다. KBS는 이휘재에게 대상을 안겼다. 이휘재는 2015년 KBS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비타민’을 함께 했다.

무대에 오른 이휘재의 수상 소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사실 이 상은 저보다는 이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한 슈퍼맨 아이들의 대표로 받는 상이라는 걸 안다. 제 이름을 부른 순간 걱정이 되는 건…며칠동안 댓글은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는 이야기로 소감을 시작했다.

이휘재는 “KBS에 몸 담은지 꽤 됐는데 푸념을 넋두리처럼 했는데 많는 분들이 받아주셨다“며 박중민 KBS 전 예능국장을 비롯해 친분이 두터운 PD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몰랐던 것들을 알게되며 새 삶을 사는 것 같다. 서준이, 서언이와 아내 문정원씨 감사하다”며 “막연하게 고1 때 주병진 선배를 보면서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출연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 이휘재에게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휘재는 몇 번이나 자신에게 대상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고, 또 표현했다. 이 자리에서 이휘재는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그는 “막상 이 곳에 와보니 재석이를 비롯해 쟁쟁한 분들이 많다. 제 깜냥으론 안된다는 걸 7~8년 전부터 알고, (수상의 기대를) 놨다”며 “(이 상은) 다 아이들 덕이다. 아이들 잘 키우며 열심히 하겠다. 아버지가 제가 좋은 상을 받은 걸 계속 기억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이휘재는 1992년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몰래카메라’로 데뷔, 큰 키와 잘생긴 외모의 개그맨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휘재의 인생극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롱다리’, ‘이바람’이라는 캐릭터로 예능계에서 활약했다.

이후 진행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MC를 맡았으나, 소위 말하는 예능계의 3강(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체제가 구축되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에선 빗겨난 그는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를 통해 초보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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