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갈등 되레 키운꼴 내달 변호사시험등 흔들 로스쿨생은 집단 응시거부 들쑤셔놓고 책임은 안지고… 이해당사자 반발 날로 확산
“어려운 환경에서 그동안 꿋꿋하게 잘 버텨왔는데 법무부 발표 이후 가족 모두가 정상적인 생활조차 못하고 힘들게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아들이 무사히 변시(변호사시험)를 치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법무부 자유발언대에 게재된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생 학부모의 글이다. 이 게시판에는 정부를 성토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글이 매일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한다’는 법무부 입장을 발표한 지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사시 폐지 여부를 둘러싼 해묵은 법조계 갈등이 증폭되며 오히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와 국회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명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동안, 내달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내달 4~8일(6일은 휴식일) 전국 6개 대학 시험장에서 진행될 예정인 제5회 변호사시험에 로스쿨 졸업생과 재학생 3100여명이 지원했다. 시험과목은 공법, 민사법, 형사법, 전문적 법률분야에 관한 과목(국제법, 노동법, 지적재산권법 등 7개 과목 중 택1)으로 나뉘어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발표 이후 사태가 커지면서 변시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법무부의 입장 철회가 없으면 응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에는 전국 25개교 로스쿨 원장이 전원 참석한 긴급 총회에서 소속 교수들이 내년 변시와 사시 출제를 비롯한 모든 법무부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문제 출제와 채점 등에 관여하는 시험위원 중 로스쿨 교수의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험 개최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출제 거부 움직임이 계속되면 내년 제58회 2월 27일로 예정된 사시 1차 시험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자녀가 수도권 로스쿨에 재학 중인 A(60)씨는 “삼남매의 엄마로 많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몸 약한 자녀들을 뒷바라지 해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으면 로스쿨을 아예 만들지 말지, 정부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낙심을 주는가”라고 성토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생의 학부모인 윤모(61)씨도 “정부가 언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라며 “로스쿨 제도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로스쿨을 개선해야지 사시 존치로 해결하자는 주장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사시 폐지에 반대하는 고시생들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위한’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고시생은 “사회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많은 나이에 이름없는 학교를 나와서 로스쿨에 원서를 내밀기조차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로스쿨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나이가 많은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법조인이 되고 싶어도 그 꿈을 언감생심 가지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다면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게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변호사시험과 사법고시 1차 시험은 차질없이 치뤄지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불안에 떨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진정시킬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일”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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