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니, 왜 자꾸 말을 뒤집습니까.” “말을 뒤집는 게 아니고..”
지난 9일 오후 2시 국방부에서 열린 방위사업청의 한국형전투기(KF-X) 기술이전 협의 관련 기자설명회에서는 고성이 이어졌다. 질문하는 기자들과 답변하는 방사청 관계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자들은 확실한 것을 원했고, 방사청은 “미측과 큰 틀에서 합의”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며 간극을 더욱 벌렸다.
이날 확실해진 점은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21개 기술이전을 승인했다는 것.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했던 점은 21개 항목에 핵심기술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다.
방위사업청이 밝힌대로 미측이 ‘가능한 한 최대한도(Maximum Extent Possibl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일단 기술이전이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 나온 ‘큰 틀에서 합의’라거나 ‘가능한 한 최대한도’ 등의 중요 표현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데 있다. 향후 문제가 불거지면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청대로, 미측은 미측대로 각자 입장에 맞게 이 표현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확실한 대답, 즉 21개 기술항목에 포함된 세부적인 기술내용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방위사업청은 질문에 대해 “아직 사업 초기단계에 너무 세부적인 항목들을 모두 확정할 수는 없다. 개발 상황에 따라 기술이전 항목이나 항목 수가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애초에 확정지을 수 없다. 차라리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기술이전 가치가 14억1000만달러 상당이라는 점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술이전 항목이나 수는 바뀔 수 있지만 받을 수 있는 가치가 14억1000만달러 상당에 이른다는 점은 불변이라는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5만여건의 기술이전을 진행 중인데 한국처럼 항목이 자세하게 알려진 사례가 없다고 한다”며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투기 사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우려 또한 제기되는 배경에는 앞서 방사청이 F-X 사업을 진행하며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여론과 거리가 있는 결론이 내려져 F-X 다음 사업으로 본격 추진되는 KF-X 사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21개 항목의 기술이전을 승인하는 등 낙관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미측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항공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나라가 장차 미국의 전투기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어 미국이 기술이전을 쉽게 해줄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산 최초 훈련기 T-50 역시 미국의 기술이전을 받아 만들었지만, 개발 성공 후에는 미국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면서 “KF-X 역시 실제로 사업에 착수하면 상당한 성능의 전투기로 개발될 수 있고 이런 점을 미국이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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