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1470만표를 획득해 48%의 득표율로 역대 야당 대선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를 기록하고도 패했던 지난 대선에 이은 정치역정 최대의 위기라 할만하다.

오히려 대선 패배 직후에는 차기를 기약한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당 대표로서 127석의 야당을 진두지휘하다 직면한 이번 위기는 더욱 암울해 보인다.

이번 위기는 문 대표가 스스로 밝힌 ‘두 번째 죽을 고비’를 잘 못 넘긴 탓이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대표경선에 출마하면서 ‘반드시 연꽃을 피어 내겠습니다’는 제목의 출사표를 던지며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다행히 박지원 의원을 3.52%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신승을 거두면서 당 대표로 선출돼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이후 치러진 선거마다 참패를 거듭하고 당 혁신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당을 제대로 살리기는커녕 분당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드리우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당 안팎에선 문 대표에 대한 사퇴의 목소리가 거세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전대를 제안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장기 칩거에 들어갔다. 비주류인 구당모임은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문 대표의 2선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희상 의원 등 당 중진들도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서울대 교수조차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를 제외한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론하며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제안했다.

문 대표 체제의 지도부는 주승용ㆍ오영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사퇴한데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미 붕괴된 상태다.

문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제1야당의 당 대표를 맡아온 10개월여 동안 본의든 아니든 무능과 ‘친노’(친 노무현계) 패권주의의 색채가 덧칠됐다는 점은 더욱 부담스런 대목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처럼 보인다. 문 대표는 당 내홍 수습의 일환으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당적정리를 요청하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자신의 측근들에게 총선 불출마를 설득하는 등 나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혁신안을 내놨지만 당내외 반응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그나마 늦었다’ 식으로 냉담할 뿐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거의 벼랑 끝으로 몰린 양상인데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조금 이른 시점에 내려놨으면 통큰 정치인의 모습이라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몰려 밀려나는 모습이 된다면 정치적 타격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스스로 밝힌 세 번째 고비이자 가장 중요한 고비인 총선 승리에 앞서 찾아온 두 번째 고비는 너무나 험난해 보인다.

신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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