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권보호 법조항 악용…제도 실효성 떨어져

해마다 계속되는 고지 거부에 올해는 이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고위 공직자 4명 중 1명꼴로 재산 고지를 거부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번 재산 공개 대상인 행정부와 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 총 1868명 가운데 27%인 504명이 부모와 자녀 중 1명 이상의 재산을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재산 공개 대상자 가족 7176명 기준으로 하면 14.2%의 비율로 고지 거부를 택한 셈이다. 재산 고지 거부란, 직계존비속 등이 독립 생계를 유지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허가를 얻어 재산 등록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가족이라 해도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는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재산이 형성되는 한국 사회의 관행에 비춰볼 때 위장 증여나 편법 상속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산 고지 거부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 매년 이 같은 목적으로 가족의 재산을 밝히길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에 따라 이번 공개부터 고지 거부 기준을 강화했다. 전년까지는 신고 기준일 이전 6개월간 거주를 달리하며 독립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자녀에 대해 고지 거부를 택할 수 있게 했으나 분리 거주 기간을 이번부터는 1년으로 늘렸다. 다만 실효는 없었다. 이처럼 강화된 고지 거부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올해 고지 거부율은 지난해(27.6%)에 비해 감소는 했지만, 획기적인 개선은 없었다는 평가다.

김재현 기자/